제가 계속 쓰고 있는 글들은 저의 주장을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저의 주장들은 ‘세 가지 사실(fact)’을 바탕으로 한 것입니다.
1. 훈민정음은 오로지 한자의 발음표기를 위해서 만든 것이다.
(훈민정음은 중국어를 통일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2. 훈민정음은 언문으로 만들었다.
(훈민정음 이전에, 언문이 한반도에서 한창 잘 사용되고 있었다.)
3. 훈민정음은 중국에 내려 보냈다.
(한반도에서 사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중국대륙에서 사용하기 위해 훈민정음을 만들었다.)
위의 세 가지 사실은 저의 주장이 아니라 사실(fact)로서, 사실이라는 것을 오늘부터 며칠 동안 중점적으로 다루겠습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저의 글(동국사, 인류사)은, 저 세 가지 사실에 힘입은 것입니다. 올해 초에 공개한 저의 글에서 자세히 다루고 있지만, 굳이 당장 찾아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핵심만 추려서, 저 사실들을 증명할 세 가지 증거를 보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그 첫 번째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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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정운서문이 그 첫 번째 증거입니다.
먼저, 훈민정음서문의 첫 번째 문장을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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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 말싸미 듕귁에 달아 문짜와로 서르 사맛디 아니할쌔
나랏 말소리 듕귁과 달라 문짜로 더브러 서르 흘러통티 몯하논디라
國之語音 異乎中國 與文字 不相流通
(편의상 ‘아래아’는 ‘ㅏ’로 표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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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단학계 주류의 통상적인 해석(의역)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나라의 말(어법)이 중국말과 달라서, 우리말과 한자가 서로 잘 맞지 아니하네.’
저의 해석(의역)입니다. 이렇게 해석되는 과정은 생략하겠습니다.
‘우리나라 말의 발음(어음)이 중국에서 달라졌고, 한자의 발음도 동국과 중국이 서로 잘 맞지 아니하네.’
저의 해석은, 세 가지 증거를 바탕으로 해석한 것이 아닙니다. 그냥 눈에 보이는 대로, 모국어가 한국어인 한국사람으로써 언해본을 해석한 것입니다. 그리고, 저의 해석이 맞는지 확인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것이 세 가지 증거이고, 그 중에 하나가 동국정운서문입니다.
제가 훈민정음과 관련하여 지금 이 자리에 있게 되었는데, 그 모든 시작은 훈민정음서문의 첫 문장을 해석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정말로 순수한 진실 탐구의 욕구에 의해, 기존 주류의 해석이 옳은지 재야의 중국(나라의 중앙)에 대한 해석이 옳은지에 대해 너무나 궁금하여, 두 가지 중에 누가 옳은지, 훈민정음서문 첫 문장만을 가지고 2시간여 동안 골몰한 결과입니다. 저도 이렇게 해석될 줄은 전혀 예측하지 못했었고, 더욱이 저의 역사관과 연결되리라는 기대 같은 것은 아예 꿈도 꾸지 못했습니다.
동국정운이 무엇인지 잠깐 살펴보겠습니다. 세세한 것은 생략하고 이해하기 쉽게 간단명료하게 서술하도록 하겠습니다.
동국정운은 운서입니다. 운서란 ‘한자의 발음 사전’입니다. 동국정운이 세종이전의 운서들과 다른 것은, 이전에는 한자의 발음을 한자로 표기하였는데, 동국정운은 한자의 발음을 훈민정음으로 표기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훈민정음과 동국정운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뜻입니다. 강단학계에서도 여러 가지 정황상, 훈민정음을 만든 이유가 동국정운을 만들기 위함이 아니냐는 말이, 퍼진지 오래입니다. 그렇지만,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한글사史에 있어 동국정운은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훈민정음에 대해 얘기를 꺼내면 반드시 동국정운 얘기가 뒤따라오고, 동국정운에 대해 얘기하면 반드시 훈민정음에 대해서도 얘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래는 동국정운서문의 일부로서, 동국정운을 펴내는 이유가 담겨있는 핵심부분입니다. 혹시라도, 제가 제게 유리한 해석을 위해, 제 입맛에 맞는 부분만을 옮겨온 것이라 의심하시는 분은, ‘조선왕조실록 홈페이지’를 직접 방문하셔서 앞뒤의 내용과 서문 전체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당연하지만, 해석은 제가 한 것이 아니라 그대로 옮겨 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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吾東方表裏山河, 自爲一區, 風氣已殊於中國, 呼吸豈與華音相合歟! 然則語音之所以與中國異者, 理之然也。 至於文字之音則宜若與華音相合矣, 然其呼吸旋轉之間, 輕重翕闢之機, 亦必有自牽於語音者, 此其字音之所以亦隨而變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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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는 안팎 강산이 자작으로 한 구역이 되어 풍습과 기질이 이미 중국과 다르니, 호흡이 어찌 중국음과 서로 합치될 것이랴. 그러한즉, 말의 소리가 중국과 다른 까닭은 이치의 당연한 것이고, 글자의 음에 있어서는 마땅히 중국음과 서로 합치될 것 같으나, 호흡의 돌고 구르는 사이에 가볍고 무거움과 열리고 닫힘의 동작이 역시 반드시 말의 소리에 저절로 끌림이 있어서, 이것이 글자의 음이 또한 따라서 변하게 된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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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볼 때 이 부분의 해석이 완전하지는 않지만, 지금 제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으므로, 그대로 보겠습니다.
강단학계의 해석 그대로, 이 글의 요점을 정리하면,
‘동국과 중국의 어음이 서로 달라진 것은 자연적인 현상이지만, 한자의 음은 중국음과 같아야 하는데, 어음의 영향을 받아 한자의 음도 동국과 중국이 서로 달라졌다’입니다.
‘우리나라 말의 발음(어음)이 중국에서 달라졌고, 한자의 발음도 동국과 중국이 서로 잘 맞지 아니하네’(훈민정음서문 첫 문장-저의 해석)
훈민정음서문 첫 문장의 제 해석과 똑같은 말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제가 해석한 훈민정음서문의 내용이 옳다는 명백한 증거입니다.
훈민정음서문과 동국정운서문이 말하고 있는 것은, ‘자연어인 동국어로 동국과 중국이 통하지 않고, 인공어인 문자로도 동국과 중국이 서로 잘 통하지 않는다.’입니다. 인공어인 문자는 지금의 중국어를 가리킵니다.
이것이 뜻하는 바는 다음과 같습니다. 제가 해석한 서문의 첫 문장을 두 번째 문장과 연결하여 해석하면, <한자의 발음을 표기하기 위해 훈민정음을 만들어서 중국 백성에게 하사한 것>이 됩니다. 달리 해석될 수 없습니다.
재야의 일부는, 서문의 ‘중국’을 ‘천하의 중심이 되는 나라’가 아니라, ‘나라의 중심’으로 해석하여 배를 산으로 몰고 있는데, ‘중국’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현재의 중국(China)를 가리키는 단어입니다. 중국을 나라의 중심으로 해석하면, 훈민정음서문은 자신들의 주장대로 그럭저럭 해석될 수 있지만, 최만리상소문이나 정인지후서 등은 전혀 해석하지 못합니다.
저는 훈민정음서문, 최만리상소문, 정인지후서를 일관되게 해석하고 있습니다. 세 자료가 말하고 있는 내용이 서로 동일합니다.
저의 이 글이, 사실(fact)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저의 주장을 펼치고 있는 것인지, 여러분의 판단에 맡기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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