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역사

훈민정음의 제자원리

라무네 종교tv 2013. 1. 8. 20:28

東夷 - 14. 훈민정음의 제자원리

 

훈민정음, 즉 한글의 창제에 관련하여 크게 세가지 정도의 설이 존재하고 있다. 몇몇의 도움을 받기는 했지만 매우 뛰어난 언어학자였던 세종이 직접 창제했다는 주류설이 공인(?)되어 있는 가운데, 세종의 명에 의해 집현전에서 만들어졌다는 소수설이 미미하게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리고, '환단고기'에 실려있는 가림토(다)가 원시한글로서 세종 이전에 존재했었다는 재야의 주장이 그 세번째이다.

 

그러나, 앞의 두 설을 주장하는 이들은 가림토의 존재를 검토하기 보다는 아예 무시하는 경향이 대부분이다. 그들은 세종이냐 집현전이냐의 다툼에만 관심이 있다. 집현전 학자들이 직접 실무적으로 창제하였다 하더라도, 그것 역시 세종의 창제라 할 수 있다. 현장에서의 실무적인 작업에 있어 그 주체가 누구였는가라는 견해 차이를 보일뿐, 두 설 모두 훈민정음은 세종대에 처음 창작되었으며 원시한글은 존재하지 않았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들에게는 주류설과 소수설, 두가지의 설만 존재한다.

 

결국, 세가지 설은 다시 두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한글(훈민정음)이 세종대에 창제되었다는 설과 훈민정음의 모태가 된 원시한글인 가림토가 존재했다는 설이 그것이다.

 

그런데, 현재 가림토의 존재를 부정하는 이들은 가림토 존재의 근거나 주장들에 어느 정도 반박하기도 하지만, 거의 대부분 '훈민정음해례'를 내세워 가림토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에 확고한 믿음을 갖고 있다.

 

그러나, 나는 재야의 설을 지지하며 가림토의 존재를 믿고 있다. 따라서, 이 장(章)에서는 나의 짧은 지식을 바탕으로 가림토의 존재를 내 나름대로 증명해 보고자 한다. 즉, 기존의 주장들과는 조금 다른 시각으로 훈민정음의 제자원리에 대해 탐구해 봄으로서 한글의 모태가 따로이 존재했었는가를 알아 보고자 함이다.

 

나는 훈민정음해례에서 밝힌 제자원리에 의문을 제기해 본다. 만약, 제기된 의문대로 해례의 제자원리가 비합리적이라면 그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그것은 훈민정음해례가 위서(僞書) 또는 곡서(曲書)이거나 가림토가 존재했었을 가능성을 의미한다.
[여기서 하나 짚고 넘어가자면, 해례의 제자원리가 합리적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곧바로 가림토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세종대의 창제를 절대적으로 증명하는 것도 아니다.]

 

나는, 해례가 위서이거나 곡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직까지 그 어디에서도 그러한 증거가 있다거나 의문을 제기하였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그런데, 만에 하나 해례가 위서(곡서)라면? 그러나, 그것은 세종의 창제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며 가림토의 존재를 입증하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가림토 존재의 가능성을 부정하는, 세종의 창제를 주장하는 이들이 가지고 있는 확고한 믿음을 깨뜨리는 것에 불과하다. 다시 말하자면, 가림토 존재의 가능성을 더 넓게 열어 놓은 것을 의미한다.

 

그럼, 해례가 위서가 아니면서 그 제자원리가 비합리적이라면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세종이 순수 창작하였다면 그 제자원리에 대해 세종 스스로가 너무나 잘 알고 있었을 것이며, 집현전 학자들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더구나, 그들 스스로 해례를 편찬하여 훈민정음의 제자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해례의 제자원리는 합리적이며 의문점이 없어야 한다. 그러므로, 해례의 비합리성은 세종창제를 부정하는 것이며 가림토의 존재를 간접적으로 증명하는 것이 된다.

 

해례의 제자원리가 비합리적이라면, 왜 그러한 것일까? 가림토로 추정되는 원시한글을 모태로 하여 세종이 훈민정음을 탄생시켰지만, 그 제자원리가 세종대까지 온전히 전해지지 않았을 수 있다. 그리하여, 훈민정음 창제와 관련하여 제자원리를 설명하여야 하는데 그 제자원리를 알 수 없으니, 실제로 어느 정도 관계가 있기도 하며 당시의 보편사상이었던 동양사상(음양, 오행, 삼재사상)을 적당히 얼버무려 설명했을 수 있다. 그러한 사정으로 해례의 비합리성이 나타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동양사상은 동이의 종교에서 파생된 것이고 더구나 그들의 후예이자 후손인 (이씨)조선이므로, 그들이 동이의 정수(精髓)를 잃어 버렸다 하더라도 그 대강(大綱)은 가지고 있었음에 틀림 없다.]

 

그러면, 정말로 해례의 제자원리가 비합리적인가? 또, 해례의 제자원리가 거짓이라면 실제의 제자원리가 따로이 존재하는가? 이제부터 나의 짧은 견해를 밝혀 보고자 한다. 만약, 내 주장이 설득력이 있어 해례의 제자원리가 부정되고 가림토가 존재했었을 가능성이 높아진다면, 그것은 '환단고기'의 가치를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는 것이며, 우리 민족사를 복원하는데 작은 기여가 될 것이라 믿는다.

 

이제, 훈민정음의 제자원리를 탐구해 보도록 하겠다. 먼저, 해례의 제자원리를 살펴보자!

 

정음의 제자원리는 '음양, 오행'이라 말하고 있다. 또, 28자 모두 각각 그 모양을 본떠서 만들었다고 한다.

 

초성 17자 중에 ① 아음(牙音, 木)인 ㄱ은 혀뿌리가 목구멍을 닫는 모양을 본뜨고 ② 설음(舌音, 火)인 ㄴ은 혀가 윗잇몸에 붙는 모양을 본뜨고 ③ 순음(脣音, 土)인 ㅁ은 입의 모양을 본뜨고 ④ 치음(齒音, 金)인 ㅅ은 이의 모양을 본뜨고 ⑤ 후음(喉音, 水)인 ㅇ은 목구멍의 모양을 본떴다고 한다.

 

그리고, 나머지 자음(초성)들은
① ㄱ → ㅋ => 아음 : ㄱ, ㅋ, ㄲ, ㆁ
② ㄴ → ㄷ → ㅌ => 설음 : ㄴ, ㄷ, ㅌ, ㄸ
③ ㅁ → ㅂ → ㅍ => 순음 : ㅁ, ㅂ, ㅍ, ㅃ
④ ㅅ → ㅈ → ㅊ => 치음 : ㅅ, ㅈ, ㅊ, ㅆ, ㅉ
⑤ ㅇ → ㆆ → ㅎ => 후음 : ㅇ, ㆆ, ㅎ, ㆅ
⑥ ㄹ => 반설음 : ㄹ
⑦ ㅿ => 반치음 : ㅿ
그 소리를 좇아 획을 더한 뜻은 다 같되, 오직 ㆁ만 다르다고 한다. 반설음인 ㄹ과 반치음인 ㅿ도 혀와 이의 모양을 본떴으나, 그 글자 모양은 달리 하고 획을 더하는 뜻은 없다고 한다. 또, 오행과 관련하여 설명하고 있으며 음성학적인 설명이 주가 되고 있다.

 

우리가 여기서 한가지 주목할 것이 있는데 그것은 이렇다.
해례의 설명에 따르면, 훈민정음(초성)의 제자원리는 음성학을 밑바탕으로 하여 상형(象形)을 한 것으로서 즉, 먼저 오행의 틀에 맞추어 다섯가지(ㄱ,ㄴ,ㅁ,ㅅ,ㅇ)를 상형하였다는 것이다. 혀뿌리가 목구멍을 닫는 모양을 본떠서 ㄱ이라는 글자를 만들어 아음이라 이름한 것이 아니라, 아음이기 때문에 아음인 [ㄱ]라 발음할 때의 어금니 부근(혀뿌리가 목구멍을 닫는 모양)을 상형하여 'ㄱ'을 만들었다는 뜻이다. 결국, 자음의 제자원리는 오행(오음)이 그 기본이라는 뜻이 된다.

 

그래서, 오행에 기본하여 형태적으로 분류하면 이렇게 됨을 알 수 있다.
① 혀뿌리가 목구멈을 닫는 모양 : ㄱ, ㅋ, ㄲ
② 혀가 윗잇몸에 붙는 모양 : ㄴ, ㄷ, ㅌ, ㄸ, ㄹ
③ 입의 모양 : ㅁ, ㅂ, ㅍ, ㅃ
④ 이의 모양 : ㅅ, ㅈ, ㅊ, ㅆ, ㅉ, ㅿ
⑤ 목구멍의 모양 : ㅇ, ㆆ, ㆁ, ㅎ, ㆅ

 

훈민정음은 표음문자이므로 음성학에 의거하여 오행인 오음에 맞추어 만들어져야 하는 것이 이치적으로 맞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여기에서 몇가지 모순을 발견할 수 있다. 오행이 그 제자원리의 기본이라면 오음(아설순치후)에 모든 초성이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칠음으로 분류가 되고 있다. 또, ㆁ이 외형상으로는 후음인 ㅇ을 좇아 획을 더한 것이라 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례는 그렇지 않다고 말하면서 아음이라 말하고 있다.

 

흔히 '음양오행'이라 일컬어지는 것을 일반인은 음양오행설(론)이라는 하나의 체계로 알고 있지만, 각기 그 근원이 다른 음양론과 오행설이 합해진 것이라 한다. 또, 시대적으로 음양론이 오행설에 훨씬 앞선다고 한다.

 

음양론은 모두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거의 모두가 인정하고 있지만 오행설은 많은 모순점을 보이고 있다. 학계(?)에서 인정하지 않는 '부도지'에서는 오행설을 아예 부정하고 있다. 오장육부의 육부도 그렇고 칠음(아, 설, 순, 치, 후, 반설, 반치)도 그렇다. 사계절인데도 불구하고 오행설에 맞추어 오계절로 나누질 않나 사방위 임에도 오방위로 나눈다. 언뜻, 오행이라 하면 그 다섯가지 구성 요소들이 서로 대등할 것이라 여겨지지만, 오행은 다섯가지의 대등한 요소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특정한 하나(土)가 중심을 이루거나 높임을 받고 있다. 해례에서는 水火가 木金土에 비해 크다고 말한다. 상생상극의 관계에서는 서로 대등하게 설정되어 있으나 여러가지 적용(육부, 사계절 등등)에서는 그 차등이 있다. 참고로, 사상(四象)과 같이 4의 배수로 설명하는 론은 음양, 즉 2의 배수로 설명하는 음양론의 확장이라 볼 수 있다.

 

나는 오행설을 사이비로 보고 있다. 모순덩어리인 오행설이 훈민정음의 제자원리라 하니, 해례가 사이비인 오행설을 그 철학적 배경으로 갖고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세종대에 훈민정음이 순수 창작되지 않았을 가능성을 말하는 것이다. 어쨌든, 오행설이 사이비이든 아니든 제자원리로서의 모순점이 보이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초성의 제자원리는 무엇인가? 바로, 천부삼인의 하나인 삼극(삼태극, 삼재)을 형상화한 원방각이다. 초성, 즉 자음은 ○□△에서 모든 형태를 만들어 내고 있다.

 

○ : ㅇ, ㆁ, ㆆ, ㅎ

 

ㆁ은 <ㆁ=ㅇ+. 또는 ㆁ=ㅇ+ㅣ>, ㆆ은 <ㆆ=ㅇ+ㅡ>, ㅎ은 <ㅎ=ㅇ+ㅡ+. 또는 ㅎ=ㅇ+ㅡ+ㅣ>로 볼 수 있다.

 

□ : ㅁ, ㄱ, ㅋ, ㄴ, ㄷ, ㅌ, ㅂ, ㅍ, ㄹ

 

ㄱ과 ㄴ은 ㅁ을 둘(陰陽)로 나눈 모습이며 ㄹ은 <ㄹ=ㄱ+ㄴ+ㅡ>, ㅋ은 <ㅋ=ㄱ+ㅡ 또는 ㅋ=ㄱ+.>, ㄷ은 <ㄷ=ㄴ+ㅡ>, ㅌ은 <ㅌ=ㄷ+. 또는 ㅌ=ㄷ+ㅡ>, ㅂ은 ㅁ을 상하로 확장한 모양이며 ㅍ은 ㅁ을 좌우로 확장한 모양이라 할 수 있다.
가림토에는 ㅂ이 없고 ㅒ이 있으나 훈민정음에는 ㅒ이 없고 ㅂ이 있다. 즉, ㅒ이 ㅂ의 형태로 단순화 되었다고 볼 수 있다.

 

△ : ㅿ, ㅅ, ㅈ, ㅊ

 

ㅅ은 ㅿ의 밑변을 제거한 모양이며, ㅈ은 <ㅈ=ㅅ+ㅡ>, ㅊ은 <ㅊ=ㅈ+. 또는 ㅊ=ㅈ+ㅡ>의 모양이다.

 

위에서 보여지듯이, 원방각을 기본으로 하여 .ㅡㅣ을 가획하여 자음(초성)이 만들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신의 마음과 머리인 태양(.)과 태극(ㅡㅣ)을 신의 자기변화인 삼극(○□△)에 가획하여 초성이 만들어진 것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은 천부삼인의 원리와 일치한다. 신(神), 곧 자기자신인 태양과 태극을 모음(母音, 홀소리)으로 하고 자신의 변화(사람 또는 만물)인 삼극(神의 子, 삼극에는 태양과 태극이 항상 함께 한다. 즉, 태양과 태극은 삼극이 없이도 존재하나 삼극은 태양과 태극이 없이 존재할 수 없다. 다시 말하자면, 태양과 태극은 어머니요 삼극은 그 자식인데 홀소리와 닿소리가 그 관계라 할 수 있다.)에 자신이 관여하는 것을 자음(子音, 닿소리)이라 한 것은 천부삼인의 태양, 태극, 삼극의 상관관계와 일치한다고 말할 수 있다.

 

훈민정음에서는 삼극을 형상화한 것이 모두 들어 맞으나, 오히려 가림토에서는 몇개가 어긋나는 것 처럼 보이고 있다. 그 이유는 이렇다고 볼 수 있다. M(M은 홀소리 또는 닿소리로 규정하기 어려운 문자이다. 그 발음이 /무:, mu:/ 또는 /마:, ma:/이기 때문이다.)과 같이 오래 전부터 전해 내려오던 여러가지 문자들이 가림토 창제시까지 사용되어 오다가 가림토의 창제(?)를 계기로 가림토에 포함되었으나, 후대로 내려 오면서 그 쓰임에 있어 필요성이 적어지기도 하였고 용법이 잊혀졌을 수도 있어, 세종대에 이르러 훈민정음에서 탈락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참고로, M은 삼극의 형상화와 관계가 없는 것으로 보이나 피라밋을 위에서 내려다 본 모양에서 유래했을 가능성도 있다. 앞에서도 여러번 설명했지만, 피라밋은 삼극(○□△, 사람, 그리스도)의 형상화이다.

 

그럼, 이번에는 홀소리(모음)의 제자원리를 탐구해보자!

 

지금까지 그 어디에서도 '.ㅡㅣ'을 천지인(天地人, 三才)의 상형으로 보지 않는 이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렇게 된 원인은 당연히 '훈민정음해례'에 있다.

 

그러나, 나는 '.ㅡㅣ'을 천부삼인의 태양과 태극을 상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좀 더 정확히 설명하면, .은 태양(十, ⊙)을 상형한 것이며 ㅡㅣ은 태극(陰, 陽)을 상형한 것이다.

 

먼저 모양을 살펴보면 .와 ㅡㅣ은 점과 선이라는 형태로서 서로 대조를 이루고 있다. 또, ㅡ와 ㅣ는 수평과 수직이라는 대조를 이루고 있다. 즉, 이는 神의 마음인 태양과 머리인 태극을 본따 점과 선이라는 대조를 이루고, 선은 다시 수평(陰)과 수직(陽)이라는 대조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이 태양의 상징으로 쓰였다는 것은 굳이 많은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은 ○이나 ⊙ 또는 +의 단순화로 볼 수도 있고 그 자체의 모양만으로도 씨(氏)나 알의 상징이 된다.

 

현재, 동양사상이나 태극기 등에서 음양은 주역을 기반으로 하여 --와 -을 그 기호로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서양에서 유래한 현대수학(?)에서는 음양의 부호를 -와 +로 사용하고 있다. -가 언제, 어떻게 -(陰)로 사용되었는지 배움이 짧은 나로서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서양의 -(minus)는 -가 삼재로서의 땅(-)으로만 쓰이지 않았을 수 있다는 것과 --만이 음(陰)의 기호로 사용되지 않았을 가능성을 말해준다고 생각한다.

 

+가 지금은 양(陽)의 기호로 쓰이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은 태양(太陽)의 기호이다. 많은 사람들이 양(陽)과 태양(太陽)에 대하여 정확한 개념을 갖고 있지 않아 혼란스러워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여러 실수를 보이고 있지만, 그 둘은 전혀 다른 개념이다. 앞에서도 여러번 설명되었지만 혼란을 없애기 위해 다음 장(東夷 - 13. 하느님)에서 한번 더, 좀 더 자세히 다루어 보겠다.

 

역시, 서양에서도 양과 태양을 혼동하여 +을 plus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만이 아니라 ㅣ도 양의 기호로 쓰였다는 증거는 있다. 이른바, 선돌(立石)이라 불리는 거석문화의 유물이나 성기숭배신앙(男根石)등이 그 증거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주역이나 훈민정음 때문에 음양의 기호로서 ㅡ과 ㅣ을 한번도 떠올려 보지 않았다. 그러나, 누가 있어 ㅡ과 ㅣ이 음양의 기호로 쓰였는지를 탐구한다면 반드시 그러한 증거를 얻게 되리라고 나는 확신한다.

 

다음은 .ㅡㅣ의 음성학적인 면을 살펴보겠다.

 

.는 입을 벌리고 발음하며 ㅡㅣ는 입을 다물고(입을 꼭 다문 것을 말함이 아니라 입술을 살짝 열고 위아래의 이를 가볍게 맞닿은 상태를 말함) 발음함으로서 서로 대조를 이룬다. 이것은, 신이 마음과 머리로 나누어 표현되는 것과 같다. 또, ㅡㅣ는 혀의 위치에 따라 서로 대조를 이룬다. ㅡ는 혀를 안으로 당겨서 발음하는데 그 느낌이 숨을 들이쉬는 것과 같다. ㅣ는 ㅡ와는 반대로 혀를 앞으로 밀어 이에 닿게 하여 그 느낌이 숨을 내뱉는 것과 같다. 이것은 ㅡ와 ㅣ가 서로 대조를 이루는 것으로 태극의 음과 양의 관계와 같다. 이처럼, .ㅡㅣ는 정확히 태양과 태극에 일치한다.

 

그런데, 기존의 지식에 바탕하여 .ㅡㅣ을 삼재의 천지인(天地人)으로 보게 되면 모순점이 발생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삼재사상에서의 천지인의 상관관계는 {천=지=인, 천=지>인, 천>지>인}의 관계이다. 일반적으로, 하늘(天)을 아버지(父)로 땅(地)을 어머니(母)로 사람을 아들(子)로 표현하기도 하는데 이는 {천=지>인}의 관계라 할 수 있고 이 관계가 가장 널리 알려진 상관관계이다.
(여기에서 사용된 기호인 =은 '같다'는 뜻이 아니라 '대등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앞에서 설명하였듯이 형태나 발음에 있어서 .과 ㅡㅣ이 대조(대등관계)를 이루고 ㅡ과 ㅣ이 대조를 이루고 있다. 즉, .ㅡㅣ의 서로 간에 있어 {천=지+인 또는 천=지,인}이나 {지=인 또는 천>지=인}의 관계라는 뜻으로서 기존의 삼재사상과 어긋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왜곡되지 않은 삼재사상에서 천지인의 올바른 상관관계는 {천=지<인 또는 천<지<인}이다. 결론적으로, .ㅡㅣ을 삼재라고 하기에는 문제가 많다는 것이다.

 

하나 더 부언하자면,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음양론을 오해하여 천(天)을 양(陽) 또는 아버지로, 지(地)를 음(陰) 또는 어머니로 말하고 있는데 이는 잘못이다. 앞에서도 언급하였었고 다음 장에서도 다루겠지만, 일반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음양론을 천지에 대비하는 것은 무지의 소치이다. 고대 동서양의 신화에 등장하는 가이아나 마고 등등의 어머니신(母神)에 대한 오해는 음양론의 곡해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어머니신은, 태양이자 태극인 아버지신(天, 混沌, Chaos)이 자신의 변화인 아들(人, 劍, Crist)이 꽃피도록 밑바탕이 되는 땅(地, 宇宙, Kosmos)을 말한다. 곧, 아버지신이 어머니신이라는 말로서 아버지신과 어머니신이 따로이 존재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학계에서는 음양에 의해 ㅏㅑㅗㅛ와 ㅓㅕㅜㅠ로 구분하여 전자를 양성모음 후자를 음성모음이라 말하고 있다. 그러나, 양성모음 ㅏㅑㅓㅕ와 음성모음 ㅗㅛㅜㅠ로 구분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실제로, 발음할때의 입모양을 살펴보면 후자의 분류와 같은 두가지의 모양으로 크게 분류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그것은, 그 시작이 양인 ㅣ와 음인 ㅡ에서 만들어진 모음들이기 때문이다.

 

또, .ㅡㅣ의 쓰임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태양인 .는 태극의 ㅡㅣ와 결합하여 ㅏㅓㅗㅜ을 만들어 내고, 태극의 ㅡㅣ는 서로 결합하여 ㅢ를 만들어 낸다. 더 나아가, 태극의 양인 ㅣ는 ㅏㅓㅗㅜ와 결합하여 ㅑㅕㅛㅠ, ㅐㅔㅚㅟ를 만들어 낸다. 그러나, 음인 ㅡ는 더 이상 아무것도 만들어 내지 못한다. 그것은, 양은 확장인데 음은 축소이기 때문이다. ㅏㅓㅗㅜ 등에서 ㅑㅕㅛㅠ 등이 만들어지는 것은 확장이다. 기본모음(ㅏㅓㅗㅜ 등)에서 확장모음(?ㅑㅕㅛㅠ)이 만들어지는 것은 확장(陽)의 운동성으로만 가능하지 축소(陰)의 운동성으로는 불가능하다. 아니, 불가능하다기 보다는 그러한 것을 아예 생각할 수 없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 그래서, 음인 ㅡ는 더 이상의 (확장)모음을 만들어 내지 못하는 것이다.

 

ㅏ와 ㅑ을 발음해보면 ㅑ는 ㅏ 보다 내 뱉는 느낌이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ㅑ는 ㅏ 보다 더 양성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찬가지로, ㅓ와 ㅕ, ㅗ와ㅛ, ㅜ와ㅠ 등도 같다. 그 이유는 이렇다. ㅣ+ㅏ=ㅑ의 수식에서와 같이 ㅣ라는 양이 ㅏ에 더해진 구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양인 ㅣ가 더해져서 만들어진 확장된 모음들은 그 발음이 확장되기 전의 모음 보다 더 양성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처럼, 훈민정음의 제자원리에 있어 기존과 전혀 다른 새로운 원리가 적용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서론에서 제기했던 것과 같이 가림토의 존재를 무조건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어쩌면, 훈민정음이 세종대에 기존의 알던 바대로 창조되었고 제자원리는 별 볼일이 없었을 수 있으며, 꿈보다 해몽이라고 우연히 천부삼인의 원리에 부합한 것일 수도 있다. 나는 숙제를 낸 것일 뿐 해답을 제시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밝힌다.

 

많은 이들이 의문을 품기를, '그러면 왜 현재에 가림토의 유적, 유물이 발견되지 않는가'라고 질문할 것이다. 그 이유로는 몇가지를 추정해 볼 수 있다.

 

1. 가림토의 활성화가 그리 크지 않았기 때문에 유적, 유물로서 전해질 여유가 없었다.

 

2. 가림토의 유적, 유물이 존재하나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3. 가림토의 유적, 유물을 고의 또는 실수로 은폐, 폐기, 소실하였다.

 

4. 동이라는 특수집단의 내부에서만 사용되었기에 외부(유적, 유물 등)에 알려지지 않았다.

 

5. 1~4의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였다.

 

동이의 종교인 천부삼인, 그 천부삼인에 의해 가림토가 만들어졌다는 것이 일반인들에게는 아주 생소하며 황당한 얘기로 들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동이의 종교를 탐구하고 있는 나에게는 천부삼인이 가림토의 제자원리였다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으며 너무나 당연한 말로 들린다.

 

추가 : 2006.3.12

 

ㅣ가 陽으로서 선돌이 그 증거라면 ㅡ가 陰이라는 증거는 무엇일까? 내가 추정하는 바로는 고인돌이다. 선돌에 대응하는 陰의 상징으로서 고인돌이 세워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선돌은 무덤으로 사용되었다는 예가 없지만 고인돌은 무덤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죽음은 陰으로 표현되므로 고인돌이 무덤으로 사용된 것이 당연하다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