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의 역사왜곡, 그 목표
제 글을 모두 제대로 읽어보신 분이라면 아는 내용이 반복되는 것 같아 지루하실 수도 있으나, 저로서는 이곳이 새출발의 장소라 할 수 있으므로 처음부터 다시 다져나가는 식의 글도 어느 정도 있을 것이라, 처음 접하시는 분들을 위해 양해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리고, 처음 제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굳이 일부러 제 글들을 미리 찾아 보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여기에서 조금씩 같이 가다보면, 어느 정도 각자 나름의 깨달음이 있을 것이고 제 글을 찾아 정독해보고 싶은 욕구가 생길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 욕구가 생긴 다음에 찾으셔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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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역사왜곡에 대해 말을 할 것 같으면, 강단학계는 '그게 어느 나라 말이냐' 하듯이, 한국사에 있어 왜곡은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만약, 왜곡이 있다고 할 것 같으면 학생들의 국사책에 다 반영이 되었겠죠.
역사왜곡이라는 말을 쓰는 사람들은 재야의 사람들입니다. 아, 강단학계도 역사왜곡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기는 합니다. 단지, 재야에서는 '왜곡된 한국사'를 말하지만 강단은 '일본의 역사왜곡, 중국의 동북공정 등'을 언급하고 있다는 차이입니다. 역사왜곡이라는 단어가 쓰이는 곳이 전혀 다릅니다.
재야는, 학생들이 배우는 국사 교과서의 내용 자체가 왜곡된 내용들이라는 주장이고. 강단은, 우리나라 학생들이 배우는 국사 교과서의 내용과 배치되는 일본과 중국의 역사교과서를 문제 삼는 것입니다. 물론, 재야도 일본과 중국의 역사왜곡을 문제 삼고 있습니다.
만약, 강단의 주장대로 우리나라의 역사가 왜곡된 것이 하나도 없고 학교에서 배우는 것이 전부 다 진실이라면, 얼마나 편하고 좋겠습니까? 저나 여러분이 이렇게 이곳에서 열을 내지 않아도 되니까요. 그러나, 진실은 교과서와 아주 멀리 있습니다. 저도 한국사가 왜곡된 것을 알고 있고 그것을 바로잡으려 이렇게 이곳에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한국사가 왜곡되었다는데 한국사의 어떤 부분이 왜곡되었느냐는 것입니다. 그리고, 한국사 왜곡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일제와 그 하수인이, 진짜로 노린 것은 무엇이냐는 것입니다. 한국사의 어떤 부분을 왜곡하려고 하였을까요?
재야는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재야의 상당수는 강단과 다르지 않습니다. 강단에 진출하지 못했을 뿐이지 강단과 학문적 성향이 동일한 부류도 상당합니다. 재야라는 이름이 원래, 강단과 반목한다는 뜻이 아니라 강단에 진출하지 못함을 가리키는 단어입니다. 따라서, 재야를 크게 두 부류로 나누면 강단과 반목하는 부류와 입신하지 못한 부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우리가 보통 재야라 하는 경우는 강단과 반목하는 부류를 지칭하고 있습니다.
강단과 반목하는 재야의 대부분은 고대사(삼국시대와 그 이전)에 목을 매고 있습니다. 저도 한때 그랬었습니다. 재야에서는 환단고기, 규원사화 등이 보여주는 비전을 등에 업고 강단과 한판하고 있습니다. 환단고기 등이 비전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강단에게 공격의 빌미를 제공해 주기도 합니다. 그래서, 재야의 고수들은 환단고기 등을 인용하지 않고 강단이 인용하는 고전들을 연구하고 인용합니다. 일반 고전들에서도 환단고기적인 내용을 충분히 증명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강단은 무조건 환빠라 몰아부치며 물타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 재야의 주장, 한국사의 고대사가 왜곡되었다는 주장에 대해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일제가 진짜로 노린 것이, 일제가 왜곡한 것이 고대사일까요?
재야의 작은 부분이면서 큰 주목을 받고있는 부류가 대륙조선설입니다. 이것도 따지고 들어가면 복잡합니다. 크게 보아 대륙설이라 할 것이고, 세부적으로 대륙삼국설, 대륙고려설, 대륙조선설 등이 있고, 그것들도 또 각자 세부적으로 나뉘어지고, 거기에서 또 나뉘어지기도 합니다. 여기에서는 대륙조선설을 말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대륙조선설이 증명되면 대륙조선설 안에 대륙고려나 대륙삼국이 다 소급되어 적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저는 대륙조선설을 처음 접할 때부터 크게 반발하였었고 그들의 헛점을 공격하기도 하였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주장을 무시하거나 그들의 주장 모두를 틀렸다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동국 즉, 우리가 살고 있는 여기 한반도에 대한 그들의 견해가 틀렸다라고 주장해왔었습니다.
그렇다는 것은, 저는 대륙조선설의 상당한 부분이 옳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뜻입니다. 대륙조선설의 가장 큰 문제는 동국과 동방을 구별하지 못한다는 것과 동국과 중국을 구별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에 비해, 강단 역시 동국과 동방을 구별하지 못하는 것은 맞지만 동국과 중국을 구별하는 것은 잘하고 있습니다. 재야(대륙조선설)는 나름 열심히 하고 있지만 안개 속에서 길 찾는 것과 같아, 어떤 경우에는 배를 산으로 몰고 있기도 합니다. 뭐, 강단이야. 말하면 제 입만 더러워집니다.
재야(대륙조선설)는 동국=동방, 동국=중국이라 하여, 여기 한반도의 정체성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고, 강단은 동국=동방, 동국<중국이라 하여, 역시 여기 한반도의 정체성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강단이나 재야(재야의 모든 부류) 모두가 동국과 중국의 관계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동국과 중국은 하나입니다. 동국이 부모이고 중국이 아들입니다. 동방은 동아시아를 가리키는 단어이고 동국은 이곳 한반도를 가리키는 단어입니다.
맞습니다. 일제가 노린 것은 동국과 중국의 관계를 왜곡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실상 거의 완전하게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고대사를 왜곡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동국과 중국의 관계를 왜곡하는 것이 그들의 진짜 목표입니다. '동국과 중국의 관계를 왜곡'하게 되면 '고대사를 왜곡하게 되는 결과'는 자연스럽게 부수적으로 따라오게 됩니다. 동국과 중국의 관계를 왜곡하면 동국의 정체성을 감출 수 있고, 여기 한반도의 사람들을 자괴감에 빠뜨릴 수 있으며 한반도의 사람들을 지배하는데 훨씬 수월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동국과 중국의 관계를 왜곡해서 동국의 정체를 감추는 것, 그것이 그들의 목표입니다.
대륙조선론의 헛점 중에 하나는, 대륙에 있던 조선을 한반도에 구겨 넣었다는 주장입니다. 한반도인의 정체성에 있어 공허함을 안겨주고 상식적으로 불가능하게 보이는, 궁궐들을 급조하고 각종의 유물들을 한반도로 이식하고 등등의 주장을 하니 일반인들에게 널리 퍼지지 못한 것입니다. 물론, 어느 정도의 유물조작이 있었을 수 있습니다만 대륙조선론에서 주장하는 것과는 차이가 큽니다. 동국과 중국의 관계를 왜곡하면 딱 지금처럼, 한반도인은 한반도에 갇혀서 살면서 중국의 지배를 받았다라고 속일 수 있는 것입니다.
동국과 중국의 관계를 왜곡하는 것은 의외로 쉬울 수 있습니다. 각종의 역사자료의 해석을 고의적이고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옳다고 우기면 됩니다. 그들이 모든 것을 가지고 있고 모든 것을 지배하던 35년이라는 기간은 넘치고 남는 시간입니다. 그리고, 아무리 우기더라도 한계가 있는 부분은 삭제하고, 자신들의 어거지 주장을 뒷받침해 줄 내용을 살짝 끼워넣으면 됩니다. 그것이 바로 지금의 조선왕조실록입니다. 제가 실록의 변조를 처음 주장한 것이 아닙니다. 실록의 변조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꽤 많고 오래 전부터 있었습니다. 외형적인 부분에 있어 변조를 주장하는 것도 제가 아니라 다른 분입니다. 우기기만 해서는 부족하므로 실록을 변조한 것으로 보이는데, 급하게 작업한 티가 곳곳에서 드러납니다. 처음에는 자신들의 해석을 우기기만 하고 식민사학자를 길러내기만 하면 될 것으로 여겼으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여기어 실록을 급하게 변조한 것으로 보입니다. 대륙조선론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막대한 자본을 투자하고 엄청난 공을 들여 역사를 왜곡한 것이 아니라, 실록을 중심으로 고전들을 자기들 입맛에 맞게 억지해석하고 대중들에게 최면을 걸 식민사학자를 길러내기만 하면 되는 것입니다.
대륙조선설이 처음 등장하게 된 것이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반 사이로 알고 있는데, 제가 제대로 알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대륙삼국설은 그 보다 훨씬 오래 전에 등장하였습니다. 제 기억에도, 80년대 초반 MBC의 어린이드라마에 살짝 내비쳐지기도 하였었습니다. 듣기로는, 6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 얘기도 있고 박용숙교수와 같은 부류는 대륙삼국설을 훨씬 뛰어넘은 주장을 아주 오래전 부터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연치고는 재미있는 것이. 대륙삼국설을 필두로 한 대륙설이 한창 대두되고 있는 시점인 70년대 후반에 환단고기가 등장한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일본에서 먼저. 그 뒤에, 80년대 중반에 들어서서 환단고기가 우리나라에서 발간되면서, 우리나라의 역사학계는 재야, 강단 할 것 없이 모든 관심을 고대사(삼국시대 이전)에 쏟게 됩니다. 그래서, 대륙조선설 등이 일반에 널리 알려지게 되는 시기가, 인터넷이 널리 보급된 이후인 훨씬 뒤로 늦춰지게 됩니다.
자, 가정을 해봅시다. 일제가 우리에게 고대사를 알려주었다면, 그것이 과연 일제나 그 하수인에게 손해가 될까요? 사실, 백년전의 역사도 그 증명을 하거나 평가를 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더구나, 몇천년전의 일이라 신화나 허구라는 누명을 씌우기에 아주 딱 그만일 뿐만 아니라, 그 증명이 너무나 어려워 강단에 입성할 가능성이 거의 없습니다. 더불어, 불행하게도 강단에는 일제의 역사왜곡에 동조하는 세력 밖에 없습니다. 더불어, 위서로 몰아붙이기에 딱 알맞은 정황에 놓여 있습니다. 그들의 생각은. 그냥, 지들끼리 떠들고 자위하고 놀아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환단고기가 위서 논쟁에 휩싸여 있는데, 지금까지 두 가지 관점만이 있습니다. 하나는 강단의 주장으로서, 환단고기는 위서로서 아무 가치도 없다는 견해입니다. 또 하나는 재야의 주장으로서, 환단고기의 가치를 인정하는 견해입니다. 물론, 가치를 인정하는 견해에서도 세부적으로 갈리고 있기도 합니다.
환단고기가 진서이던지 위서이던지 간에, 이유립이 장난을 쳤던지 일제의 세력이 개입을 했던지 간에, 저는 환다고기의 가치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 내용에 있어 어느 정도가 사실이고 어느 정도가 거짓인지 알 수 없지만, 저는 분명히 사실이라 믿을 수 있는 부분들을 발견했습니다. 사실로써 받아들여질 수 있는 내용들이 환단고기에만 등장한다는 것이, 제가 환단고기의 가치를 인정할 수 밖에 없게 만듭니다. 그러한 부분을 발견함으로써, 저의 역사지식을 한국사에서 인류사로 확대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일들은, 지금까지 저의 심중에만 담아두고 있었습니다만, 훈민정음의 정체와 목적이 밝혀지고 증명됨으로써, 동국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도미노처럼 밝히고 증명함으로써, 저의 심중에만 있던 사실들을 드디어 세상에 공개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