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의 수도
동방의 수도 즉, 동아시아의 중심지가 어디인가에 대하여 잠깐 생각해보겠습니다. 바꿔 말하면, 동국이 동아시아의 중심지가 되는가 아니면 중국이 중심지인가에 대한 답을 찾는 시간입니다.
여기서 쓰이는 수도의 의미는, 익히 알고 있는 뜻인 ‘나라의 으뜸 도시’라는 의미를 확장해서, ‘어떤 세계의 중심지’를 의미하는 뜻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다루기 전에, 하나를 먼저 말하고 시작하겠습니다. 민감하면서도 껄끄러운 ‘민족주의’에 대한 것입니다. 사람들이 이 주제를 다루게 되면 몇 권의 책으로 엮어도 모자랄 것입니다. 자신의 입장에 따라,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민족주의를 긍정적으로 보기도 하고 부정적으로 보기도 합니다. 또, 철학적 견지에 의해 민족주의에 대한 개념이나 관념 자체를 달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민족주의를 다루게 되면 그 파장이 매우 크고 또, 뒷감당을 하기도 너무나 어렵습니다. 따라서, 여기에서 민족주의를 다룰 수도 없고, 다루려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제가 한국사를 탐구하면서 저절로 배우게 된 경험을 말하고자 합니다. 한국사 즉, 동국사를 알면 알수록 탈민족주의 또는 박애주의에 대해 저절로 동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여기서의 탈민족주의는 제국주의가 눈가림하기 위해 내세우는 그런 탈민족주의는 아닙니다. 오히려, 혼혈주의를 지양하고 개성을 강조합니다. 종교적 표현을 빌자면 ‘하느님 앞에 모든 인류는 한 형제’라는 개념으로서, 다섯 손가락은 각 개체로서 완전히 발현되어 한 손바닥에 연결되어 있어야, 손으로서의 완전한 기능을 발휘하는 것과 같다 할 것입니다. 다섯 손가락은 서로 미워하지 않습니다. 각자 전혀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있지만, 한 형제로서 완전한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서로 ‘사이’가 없이 붙어있으면 손으로서의 완전한 기능을 발휘할 수 없지만, 독립적으로 나뉘어 있어서 서로 협력할 수 있는 것, 그것이 진정한 민족주의의 길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역사는, 한반도에 갇혀서 우리의 생존만을 궁리하는 역사가 아니라, 온 인류를 선도하는 역사로서 반드시 형제애를 이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동국의 진짜 모습입니다. 앞에서는 세계의 경찰국가를 자처하면서, 뒤로는 자신의 이익만을 좇아 나쁜 짓이라는 나쁜 짓은 모두 다하는 그런 나라가 아니라, 진심으로 세계를 위해 봉사하는 나라, 진심으로 인류를 껴안는 민족이 되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이상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우리의 역사에서 배워야 될 진실입니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동방의 수도가 어디인가를 묻는다면 답은 ‘중국’입니다. 중국이라는 이름 자체에서 알 수 있듯이 천하, 세상의 중심이 되는 지역은 중국입니다. 동국은 세상의 중심이 될 수 없습니다. 동국은 별지로서 세상에 속하지 않으니, 당연히 세상의 중심지가 될 수 없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비교를 하겠습니다.
미국의 수도는 어디일까요? 다들 잘 아시다시피, 워싱턴DC입니다. 그런데, ‘수도’라는 단어 대신에 ‘중심지’라는 말을 사용하면 어떤 답이 나올까요.
미국의 중심지는 어디입니까? 사람마다 다른 답이 나올 수 있겠지만, 저는 뉴욕이라고 답할 것 같습니다.
워싱턴DC는 연방정부의 직할지로서, 아니 연방정부 그 자체로서 우리 동국처럼 별지別地입니다. 미합중국의 수도로서 미국의 심장입니다. 그러나, 정치, 행정의 정점일 뿐 미국의 중심이라 할 수는 없습니다. 잘 모른는 사람은 미국의 수도를 뉴욕이라 말할 정도로, 미국의 중심지는 뉴욕입니다. 워싱턴DC는 뉴욕이 있게끔 하는 뿌리일 뿐, 미국이라는 나라의 사회, 경제, 문화의 중심지는 뉴욕입니다. 뉴욕의 문화가 어쩌고저쩌고 하는 말은 들어봤지만, 워싱턴DC의 문화가 어쩌고저쩌고 하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중세유럽의 바티칸과 로마도 그러합니다. 저런 미국을 흉내 낸 것인지는 몰라도, 우리나라도 세종시라는 것을 만들었습니다.
마찬가지입니다. 동방의 중심지는 중국입니다. 중국은 꽃입니다. 그래서 중화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 동국은 뿌리로서 역대 중국을 중화로 만들어왔습니다. 문화가 발달했다든지 문명을 이루었다든지 하는 말은 중국에게 해당하는 말이지, 동국에게는 쓸 수 없는 말입니다. 동국은 땅에 속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동국의 문화가 꽃피웠다든지 찬란한 동국의 문화가 어쩌고 하는 말은, 전부 다 틀린 말이 됩니다. 동국은 하늘나라로서 완전한 존재이므로, 지상을 천국처럼 만드는 것이 자신의 일이므로, 자신을 가리켜 문화가 발달했니 어쩌니 하는 말은 쓸 수가 없는 것입니다.
동국과 중국의 관계, 동국과 동방의 관계에 대해 아직 개념이 잡히지 않은 것 같아, 여기서 다시 언급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