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여만국전도
곤여만국전도, 대륙조선의 증거?
곤여만국전도가 우리에게 알려주는 사실은 다음과 같이 3가지이다.
1. 조선은 기자가 봉해진 나라이다.
2. 조선은 중국이 조공을 받을 수 있게 해주는 나라이다.
3. 조선은 속국의 우두머리 나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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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고지도는 역사의 진실을 우리에게 아주 잘 알려준다. 한반도에서만 발견되는 수많은 천하도(天下圖)는 동국이 어떠한 나라인가를 아주 잘 알려주고 있고,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 등의 지도들도 마찬가지이다. 아니, 고지도뿐만이 아니라 진실의 증거들은 여기저기 널려있다. 그러나, 현대의 우리는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꼴을 하고 있다. 그러한 증거들 중에, 여기 곤여만국전도는 한반도의 정체를 분명하게 알려준다.
증거들은 여기저기 널려 있기에 굳이 찾아다닐 필요가 없다. 어지간한 것들은 아예 언급하지 않고, 누가 보더라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분명하고 확실한 증거들만 제시한다. 그런데, 많은 증거들을 내놓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사람들이 아무 말도 못하고 인정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증거들을 풀이하여 설명하는 것에 작게는 며칠 크게는 몇 달, 몇 년이 걸린다. 하지만, 필자는 며칠이면 모를까 몇 달 이상 걸리는 일은 결코 하지 않는다. 필자는 아둔하고 무식한데다가 게으르기까지 하여 몇 달, 몇 년의 노력과 시간을 투자할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이 글도 7일이나 걸려서 작성한 것이다.
전문가가 아닌 우리 일반인은 한자, 한문, 고전을 떠올리면 아주 어려운 분야라 생각하여, 지레 겁먹고 포기한다. 그러나, 한문의 번역은 생각보다 그리 어렵지 않다. 다만 힘들뿐이다. 아둔한 필자가 증명하고 있다. 즉, 옥편이나 국어사전, 백과사전 등을 뒤적이고 참고 서적이나 논문 등을 찾아서 읽어야 하는 노력이 따르므로 힘든 것이지, 뛰어난 이해력이나 영리한 두뇌를 필요로 하는 등의 어려움은 아니다.
필자도 몇 년 전까지는 한문을 겁냈다. 특히 문법에 대해서, 지금도 한문의 문법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 그냥 앞에서부터 쭉 순서대로 읽어 나갈 뿐이다. 한시(漢詩) 같은 경우는 모르겠지만, 일반적인 고전은 그냥 쭉 읽어나가면 대체로 올바르게 번역된다. 즉, 한 문장에서 앞부분을 마지막에 번역한다던지 뒷부분을 처음에 번역하여야 한다는 등의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주어, 목적어, 서술어 등의 문법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또한, 강단학계의 번역을 그대로 참조하기에, 그대로 따라 하기에 자의적인 번역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면, 강단학계의 번역과 필자의 번역이 180도 다른 이유는 무엇인가? 필자의 번역이 맞고 강단학계의 번역이 틀린 이유는 무엇인가? 유식하기로 따지자면 필자는 명함도 못 내밀뿐만 아니라, 훈련되지 않은 비전문가라 오류도 범하기 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히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이유가 있다. 필자는 기본에 충실하고 강단학계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한문 번역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에 충실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기본은, 옥편과 국어사전을 열심히 뒤적이는 것이다. 필자는 옥편과 국어사전에 나오는 그대로를 적용하지만, 강단학계는 아주 예외적인 경우나 특별한 경우를 적용하여 번역하는 것이다. 어떤 한자를 번역하거나 해석할 때, 필자는 그 한자의 가장 보편적인 뜻을 적용하지만 강단학계는 특수한 경우로 상정하여 번역하는 것이다. 또, 필자는 2자 단어나 3자 단어, 관용구 등을 국어사전이나 일상생활에서 찾아보고 나서 번역을 하지만, 강단학계는 국어사전에 실려 있는 단어이거나 관용구가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글자 하나하나를 분해하고 나서 그 글자들의 특수한 뜻만 골라 번역에 사용한다. 그렇기 때문에, 필자와 강단학계의 번역과 해석이 180도 다른 것이다.
그러면, 강단학계는 왜 그렇게 번역하고 해석하는가? 왜 기본에 충실하지 않는가? 이유는 단순하다. 기본대로 번역하고 해석하면, 기존의 역사지식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이 곤여만국전도의 조선에 대한 설명을, 식민사관에 의해 강단학계는 올바르게 해석하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민족사관이나 대륙사관도 이 지도를 올바르게 해석하지 못한다. 몽골이나 일본 등과 연합하여 중국에 대항하자는 헛소리를 하는, 중국을 남남으로 여기는 민족사관은 절대로 한국사를 복원하지 못한다. 동국의 정체를 모르고, 동국과 중국의 관계를 모르는 대륙사관도 절대로 한국사를 복원하지 못한다. 민족사관은 스스로가 식민사학을 극복하였다 여기지만, 실제로는 식민사학의 깊은 수렁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륙사관의 상당부분은 옳지만 동국의 정체를 모르기에, 대륙조선이 한반도로 옮겨졌다는 등, 한반도의 모든 유물과 유적을 조작했다는 등의 헛소리를 계속 하는 것이다.
한국사를 복원하는, 동국의 역사를 복원하는 첫 걸음은 동국의 정체를 밝히고 동국과 중국의 관계를 정립하는 것이다. 동국의 정체를 밝히는 첫 걸음은, 동국의 역사를 밝히는 일이자 인류사를 밝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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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컴퓨터에 약하여 곤여만국전도를 이 글에 넣지 못하니, 독자들은 이 글을 읽으면서 지도를 함께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위키백과에서 ‘곤여만국전도’를 검색하여 들어간 문서에서, 오른쪽에 나오는 지도(곤여만국전도)를 클릭하고 나서, 다시 한 번 더 클릭하면, 지도를 확대하여 볼 수 있다. 확대 후, 방향키를 사용하여 한반도를 화면에 위치시키자. 검색사이트에서 곤여만국전도를 검색하여 나오는 이미지 거의 대부분은 확대가 되지 않는다.}
필자가 영리하고 박식하여 한문이나 영어 등에 능통하다면, 이 지도를 비롯하여 여러 고전과 여러 지도 등을 낱낱이 분석하고 연구하여 독자들에게 보여주겠지만, 안타깝게도 필자가 아둔하여 이 지도의 ‘조선에 대한 설명’만 해석하겠다.
조선에 대한 설명을 그대로 옮기면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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朝鮮乃箕子封國漢唐皆中國 조선내기자봉국한당개중국
郡邑令爲朝貢屬國之首古有 군읍령위조공속국지수고유
三韓穢貊渤海悉眞駕洛扶餘 삼한예맥발해실진가락부여
新羅百濟耽羅等國令皆倂入 신라백제탐라등국령개병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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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기본대로, 옥편이나 국어사전에 충실하여 각 글자나 단어의 뜻을 나열해 보자.
0 朝鮮 : 지도에 아주 명확하게 나와 있듯이 조선은 한반도를 가리킨다. 조선은 곧 동국(東國)이다. 이 ‘조선에 대한 설명’은 크게 두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朝鮮乃~國之首’와 ‘古有三~皆倂入’이다. 그리고, 너무나 당연하지만, 한반도의 조선이 어떠한 나라인가에 대한 설명이다.
0 乃 : ‘이에, 곧, 이와 같다’가 가장 기본적인 뜻이다. 여기에서 乃는 ‘(조선은) 곧 ~ (이다), (조선이란) 곧 ~ (이다)’의 뜻으로서 ‘~’를 가리킨다. ‘~’은 ‘箕子封國’ 또는 ‘箕子封 ~ 國之首’이다.
0 箕子 : 子를 쓴 것은 공자, 맹자, 천자(天子)라 하는 것처럼 기자(箕子)가 성인(聖人)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강단학계와 재야 일부가, 다른 것은 다 반목하면서도 기자조선(箕子朝鮮)에 대해서는 의견을 같이 하여, 아무 근거도 없이 기자를 부정하려 한다. 모르면 모른다고 하는 것이 옳다. 이것은 다, 동국과 중국을 남남으로 여기기 때문에 생겨난 잘못이다. 우리 동국의 중시조(中始祖)는 기자(箕子)로서, 기자는 고려나 근세조선이 자신의 정통성을 내세우는 근거이다. 즉, 한반도의 실질적인 뿌리가 기자에 있다는 것을 가리키는 것이고, 단군왕검은 법통의 시작일 뿐, 단군왕검은 실질적인 뿌리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서의 ‘실질적인 뿌리’는 ‘혈통’을 말한다. 왜 단군 보다 기자를 더 우대하였는지 살펴야 한다.
0 封 : 봉을 역사학에서는 ‘임금이 그 신하에게 일정 정도의 영지를 내려 주고 영주(領主)로 삼다. 임금이 작위(爵位)나 작품(爵品)을 내려 주다.’라는 의미로 해석한다. 그러나, 역사학이 아닌 일상에서는 ‘문, 봉투, 그릇 따위를 열지 못하게 꼭 붙이거나 싸서 막다. 말을 하지 않다. 무덤 위에 흙을 쌓다.’라는 의미로 사용한다. 옥편(한자사전)에서도 ‘봉하다(막다). 흙더미를 쌓다, 높이다. 북(식물의 뿌리를 싸고 있는 흙)을 돋우다(도드라지거나 높아지게 하다), 배양(培養)하다. 크다, 거대하다. 후하게 하다, 돈독하게 하다. 가멸다(재산이 넉넉하고 많다). 붙다, 부착하다.’라고 설명한다. 즉, 봉은 금단(禁斷)의 의미로 쓰인다. 금단은 ‘어떤 행위를 못하도록 금함. 어떤 구역에 드나들지 못하도록 막음.’이라는 뜻이다. 결론적으로, 봉은 단순히 어떤 것을 금하거나 가두는 행위가 아니라, ‘어떤 것을 신성(神聖)하게 하는 행위’를 말하는 것이다. 따라서, ‘누구를 무엇으로 봉하다’는 ‘누구를 내 부하로 삼다, 누구를 내 것으로 만들다’가 아니라, ‘누구를 무엇이라는 직책으로 높여주다, 누구를 속(俗)된 것으로부터 지켜주다, 누구를 신성하게 만들다, 누구를 소중히 여기다’는 의미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봉하는 사람의 신분이 봉함을 당하는 사람의 신분 보다, 반드시 높다고 할 수 없다는 말이다.
0 封國 : ‘나라로 봉하다, 나라에 봉하다’의 뜻이다. 봉신(封神)은 흙을 모아 담을 쌓고 신으로 모시는 것을 말하고, 봉신대(封神臺)는 죽은 사람의 넋이 돌아가 의지하는 곳을 말하므로, 봉국 역시 ‘나라로 모시다, 나라에 모시다’가 된다.
0 箕子封國 : ‘기자가 봉해진 나라, 기자를 봉하는 나라, 기자를 나라에 봉하다’라는 뜻이다. 기자가 성인(聖人)이므로 ‘기자라는 성인이 모셔진 나라, 기자라는 성인을 모시는 나라, 기자라는 성인을 나라에 모시다’가 가장 올바른 뜻이 되고, ‘기자를 부하로 삼다, 기자를 제후로 임명하다’라는 뜻이 될 수는 없다. 혹여, 기자가 성인이 아니라면 제후로 임명한 것이라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제후로 봉하다’라는 말도 ‘부하로 삼다, 제후로 삼다’라는 뜻이 아니다. 왜냐하면, 자기의 부하를 제후로 봉하는 것이지, 자기의 지배권이 미치지 않는 사람을 제후로 봉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이미 부하인 사람을 또 다시 부하로 삼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어떤 부하를 어느 곳의 제후로 봉한다는 것은, 그 사람을 특별히 우대하여 직위를 높여준다는 의미이고, ‘제후로 모시다’가 바른 뜻이 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封의 바른 뜻은 ‘높이다, 모시다’이다.
0 漢唐 : 한당은 하, 은, 주, 진, 한, 수, 당, 송, 원, 명 등의 총칭으로서 관용어이다. 국어사전에 실리지는 않았지만 하나의 단어로서 관용적으로 쓰인 단어이다. 한나라와 당나라를 가리키는 뜻이 아니라, 역대중국(歷代中國)을 가리키는 단어이다. 중화를 이룬 여러 중국 중에, 대표적인 한나라와 당나라를 내세워 관용어로 만든 것이다. 중국과 관련한 단어들이 많은데 다 뜻이 다르다. 中國은 중국대륙(天下)의 수도(京=中原)를 가리키지만, 중국이 천하를 다스리므로 ‘중국=중국대륙’이라는 의미로 더 많이 쓰였다. 中華는 중국의 예악문물(禮樂文物)이 꽃핀 상태를 가리킨다. 中原은 중국(京)을 둘러싼 인근 지역을 가리킨다. 中土는 일반적으로 중원이라는 의미로 쓰이지만 중국대륙을 가리키는 의미로도 쓰인다. 華夏는 예악문물이 꽃피었던 하나라를 가리키는 단어로서, 역대중국 중에 모범(理想鄕)이 되는 나라를 의미한다. 中朝는 중국조정을 가리키는 것으로서, 굳이 부연하면 역대중조라는 의미가 된다. 明朝, 淸朝 등은 중조에 비해 특정한 중국을 가리키는 단어이다. 天朝는 천자(天子)의 조정을 의미하여 중조와 같은 단어이고, 중조를 높이는 뜻이라고 기존의 지식에서는 말한다.
0 皆 : ‘모두, 다’라는 뜻인데, 대체로 개(皆)는 바로 앞에 오는 단어(특히 주어)와 동격으로 쓰인다.
0 郡邑 : 옛날의 지방제도인 주(州), 부(府), 군(郡), 현(縣), 읍(邑) 등의 총칭이다. 역시 관용어이다.
0 令爲 : 령(令)은 ‘~하게 하다, ~로 하여금’이고, 위(爲)는 ‘~하다, ~가 되다, ~로 이루어지다, ~로 만들다, ~로 삼다’이다. 따라서, 영위(令爲)는 ‘~로 하여금 ~하게 하다, ~가 ~하게끔 만들다’의 뜻이 된다.
0 朝貢 : ‘종속국(從屬國)이 종주국(宗主國)에게 때에 맞추어 예물을 바치던 일’을 가리킨다. 조공에 대한 정확한 연구가 필요하다.
0 屬國 : 정치적(政治的), 경제적(經濟的)으로 종주국(宗主國)에 매여 있는 나라를 말한다. 속국은 중국을 제외한 몽골, 여진, 일본 등의 외국(外國, 九州之外)을 가리킨다.
0 首 : 여기서는 ‘우두머리’를 뜻한다.
0 屬國之首 : ‘속국의 우두머리’라는 뜻으로서 본국(本國)을 가리킨다. 본국은 종주국과 같은 뜻이다.
0 古有 : 고(古)는 ‘옛, 예전, 옛날’의 뜻이고, 유(有)는 ‘있다, 존재하다, 가지다, 소지하다’의 뜻이다. 따라서, 고유(古有)는 ‘옛날에 있었던, 옛날에 존재했던’의 뜻이 된다.
0 三韓穢貊~百濟耽羅 : ‘우리나라’였었다고 주장되는, 옛날에 존재했던 우리나라의 이름들을 나열하고 있다. 이체자(異體字)가 몇 개 있지만 해석에는 별 영향이 없다. 다만, 新羅임에 틀림없어 보이지만, 新의 이체자로 보이는 글자가 옥편에서 찾을 수 없다. 지도를 직접 볼 수 있었으면, 모든 글자가 담긴 옥편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특이한 것은, 실진(悉眞)이라는 나라가 있었고 탐라(耽羅)가 다른 나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0 等 : ‘무리, 부류, 따위, 같은’의 뜻이다. 일반적으로, 번역을 할 때는 그냥 ‘~등’이라 할뿐 ‘무리, 부류, 같은’이라 풀어서 번역하지 않는다.
0 等國令皆 : ‘~ 등의 나라로 하여금 모두가’의 뜻이다.
0 倂入 : 병(倂)은 ‘아우르다, 합하다, 나란히 하다, 다투다, 함께, 같은’의 뜻이고, 입(入)은 ‘들다, 들이다, 받아들이다’의 뜻이다. 따라서, 병입(倂入)은 ‘아울러 들어가다. 나란히 들어가다, 함께 하다, 포함하다’의 뜻이 된다.
0 等國令皆倂入 : ‘~ 등의 나라로 하여금 모두가 나란히 들어간다, ~ 등의 나라가 모두 나란히 들어가게 된다, ~ 등의 나라가 다 함께 들어가게 된다.’라는 정도로 번역될 수 있다. 결국, ‘~ 등의 나라가 모두 같은 부류이다, ~ 등의 나라가 다 포함된다.’의 뜻이 된다. 이것은, 조선이라는 나라의 과거 경력을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조선이라는 나라의 정체성과 동일한 정체성을 가졌었던, 과거의 여러 동국을 나열한 것이다. 즉, 민족주의적인 시각에 의해서 ‘우리 민족이 세웠었던 나라들, 우리 민족의 과거 경력’이라는 의미로, 이 구절을 해석하면 안 된다는 말이다. 나열된 나라들이, 실제로 우리 민족이 세웠었던 나라들이고 우리 민족의 과거 경력이라고 하더라도, 이 구절의 올바른 해석은 ‘과거의 여러 동국을 나열한 것’이 된다.
곤여만국전도는 마테오리치가 명나라 사람 이지조의 요청으로 만든 것으로서, 조선에 대한 명나라의 시각이 담겨 있다. ‘조선에 대한 설명’의 번역과 해설은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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朝鮮 乃 箕子封國 漢唐皆 中國郡邑 令 爲朝貢 屬國之首
조선은 곧 기자를 봉하는 나라로서, 한당 모두가 중국의 군읍으로 하여금 조공하게 하는, 속국의 우두머리이다.
조선은 곧 기자를 모시는 나라로서, 역대 중국 모두가 중국의 군읍으로부터 조공을 받게끔 해주는, 속국의 우두머리이다.
{조선은 기자를 모시는 나라이다. 조선은 중국이 군읍으로부터 조공을 받게 해준다. 조선은 속국의 우두머리이다.}
古有 三韓 穢貊 渤海 悉眞 駕洛 扶餘 新羅 百濟 耽羅 等國 令 皆 倂入
옛날에 있었던 삼한, 예맥, 발해, 실진, 가락, 부여, 신라, 백제, 탐라 등의 나라로 하여금 모두가 나란히 들어간다.
옛날에 있었던 삼한, 예맥, 발해, 실진, 가락, 부여, 신라, 백제, 탐라 등의 나라 모두가 같은 부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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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번역을 읽은 대부분의 독자들은, 이것이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할 것이다. 그러나, 필자의 글들을 읽어 왔던 독자라면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왜 이렇게 번역이 되는지, 이것이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존의 지식에 세뇌되어 진실을 알아보지 못하는 독자들이 대부분이다. 진실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라도 ‘조선에 대한 설명’을 해석해보자.
이 ‘조선에 대한 설명’은 매우 특이한 일이다. 왜냐하면, 조선 그 자체에 대한 설명은 하나도 없고, 오직 ‘조선과 중국의 관계’에 대해서만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도의 제작자가 명나라 사람이므로 중국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이 당연하고, 중국과 어떠한 관계에 놓여 있는가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런 일일 것이다. 그러나, 조선의 바로 옆에 있는 일본을 보더라도 알 수 있듯이, 곤여만국전도의 다른 곳에서는 해당 지역의 그 자체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는 것에 비해, 조선에 대해서는 중국과 어떠한 관계인가라는 것만을 말하고 있다. 더구나, 조선의 과거를 말하고 있지만, 단순히 조선이 과거에 어떠한 나라였었다가 아니라, 당시의 조선이라는 나라와 같은 성격을 가진 나라들을 나열하고 있다는 것이다.
朝鮮 乃 箕子封國 漢唐皆 中國郡邑 令 爲朝貢 屬國之首
이 문장의 전체 주어는 朝鮮이고 전체 서술어는 屬國之首이다. 즉, 조선이 속국의 우두머리가 되는 것이다. 혹자는, ‘한당이 속국의 우두머리이다’라고 해석할 수도 있으나, 이는 명백한 잘못이다. 만약 그렇게 해석하면, ‘조선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중국에 대한 설명’이 돼버리기 때문이다. ‘조선에 대한 설명’에서 조선에 대한 설명은 하나도 하지 않고, 중국에 대한 설명만을 늘어놓은 것이 되기 때문이다. ‘조선은 기자가 봉해진 중국의 제후 나라이고 한당은 속국의 우두머리이다, 조선은 중국의 속국이고 한당은 속국의 우두머리이다’라고 해석되어 중국에 대한 설명이 돼버린다. 조선에 대해서 설명한다면서, 중국과의 관계와 중국에 대한 설명만 하고, 조선 자체에 대한 설명은 전혀 하지 않게 된다.
또, 앞뒤의 맥락이 이어지지 않고 같은 말을 반복하는 꼴이 된다. ‘조선은 중국의 제후국으로서 어떠한 나라이다’라고 해야 맞는 것이지, ‘조선은 중국의 제후국(속국)이고 중국이 속국의 우두머리이다’라고 말하는 꼴이 되어, 이미 조선이 중국의 속국이라 말해 놓고, 다시 또 중국이 속국(조선)의 우두머리라고 말하는 것이 되어, 말이 되지 않는다.
‘중국이 속국의 우두머리이다’라고 말한 것이라 치면, ‘조선에 대한 설명’에서 말할 것이 아니다. 지도의 중국지역에다 ‘중국에 대한 설명’을 만들고, 그 ‘설명’에서 중국이 속국의 우두머리라고 말을 하여야 하는 것이다. 또한, 중국의 속국에는 조선뿐만이 아니라 몽고, 여진, 일본, 베트남 등도 포함되므로, ‘조선에 대한 설명’에서만 말할 것이 아니라, ‘다른 속국에 대한 설명’에서도 중국이 속국의 우두머리라고 말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도에는 오직 ‘조선의 설명’에서만 屬國之首를 말하고 있다. 따라서, 속국의 우두머리는 조선이다.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다. 무조건 그렇게 해석해야 한다.
아무리 억지를 부리더라도 ‘한당이 속국의 우두머리이다’로 해석될 수는 없고, ‘조선이 속국의 우두머리이다’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 즉, ‘조선은 곧 (중국이 ~ 하는) 속국의 우두머리이다’가 가장 올바른 해석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석해야지, ‘조선에 대한 설명’이 조선에 대한 설명이 되고, 부가적으로 조선과 중국의 관계에 대해서도 설명하는 것이 된다.
정리하면, 이 문장에서 조선에 대한 기본적 설명인 주(主) 내용은 ‘조선은 기자가 봉해진 속국의 우두머리이다’이고, 부가적 설명인 부(附) 내용은 ‘조선은 중국이 조공을 받게 해준다’이다. 즉, 주 내용이 되는 전체 문장의 주어와 술어는 朝鮮과 屬國之首이고, 부 내용이 되는 안쪽 작은 문장의 주어와 술어는 漢唐皆와 爲朝貢이다.
箕子封國
기존의 지식에서는 箕子에 대해 설명하기를 ‘기자라는 이름을 가진 중국 사람이 한반도로 건너와서 조선왕이 되었고, 기자를 구해준 무왕이 기자조선을 속국으로 삼았다’라고 말한다. 또, 동국과 중국을 남남으로 보는 한국의 역사학계 모두는, 기자의 동래를 부정하려 한다.
그러나, 기자와 관련한 모든 기사들을 다 읽어보면, 기존의 지식이 틀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종합하여 판단하면, 기자는 공자나 맹자처럼 성인이며, 기자가 봉해진다는 것은 기자를 모시는 것이며, 기자를 모시는 것은 기자로 표현되는 어떤 사상이나 체계, 제도를 신봉(信奉)한다는 뜻이다. 즉, ‘조선은 기자봉국이다’라는 말은 ‘조선에 기자가 모셔졌다, 조선은 기자가 모셔진 나라이다, 조선은 기자를 모시는 나라이다’라는 뜻이 되는 것이다. 중요한 점은, ‘기자를 모시는 나라’가 중국이나 다른 나라가 아닌, 조선이 기자를 모시고 있다는 것이다.
‘朝鮮 乃 箕子封國’을 ‘조선은 곧 기자가 제후로 봉해진 나라이다’로 해석하면 안 되는 것이, 원문은 ‘기자가 봉해진 나라’이지 ‘기자가 제후로 봉해진 나라’가 아니기 때문이다. ‘봉하다’가 반드시 ‘제후로 봉하다’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封의 바른 뜻이 ‘모시다, 높이다’이기 때문에, 기자의 신분과는 상관없이 기자가 높여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 뿐, 반드시 기자가 누구의 제후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또, 전체 문장에서 ‘조선은 속국의 우두머리이다’라고 말하고 있으면서, 다시 ‘조선은 중국의 속국이다’라고 말하는 꼴이 되어 말이 안 된다. 따라서, 원문대로 해석하여, ‘조선은 곧 기자가 모셔진 나라이다, 조선은 곧 기자를 모시는 나라이다’가 가장 바른 해석이 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조선은 기자봉국이다’라는 말은 ‘조선은 기자가 제후로 봉해진 나라이다’라는 말이 절대로 아님을 알 수 있다. 즉, ‘조선은 기자를 모시는 나라이다, 조선은 기자가 모셔진 나라이다’가 되는 것이다. 이것은, 조선(동국, 한반도)이 어떠한 성격의 나라인가를 우리에게 가르쳐준다.
箕子封國에서 알 수 있는 동국의 특성은 2가지이다.
1. 동국은 금단(禁斷)의 땅이다.
동국은 성인(聖人)이나 신(神)을 봉하는 금단의 땅으로서, 세상(世上, 世俗, 天下)인 중국과 달리 신(神)들이 사는 선계(仙界, 天界)이다. 그래서, 동국과 중국을 합해서 세계(世界)라고 하는 것이다.
2. 동국은 동방의 바티칸이다.
동국은 종교국가로서 동방의 바티칸이다. 동국이 어떤 사상이나 종교, 체계나 법도를 봉하고 나서, 동방 전체를 하나의 체계로 통일하는 것이다.
따라서, 동국에 기자를 봉하는 것이고, 동국에 기자를 봉한다는 것은 동국이 기자의 사상과 체계를 따르는 것이고, 동국이 기자의 사상과 체계를 따른다는 것은 동방 전체가 기자의 체계 속에 머무르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곤여만국전도에서 명나라가 조선을 설명하기를, 제일 먼저 기자봉국을 언급하는 것이다. 즉, 중국도 기자를 신봉한다는 말이다.
최만리상소문의 한 부분을 보면, 기자에 대한 동국의 시각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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歷代中國皆以我國有箕子遺風, 文物禮樂, 比擬中華. 今別作諺文, 捨中國而自同於夷狄, 是所謂棄蘇合之香, 而取螗螂之丸也, 豈非文明之大累哉?
역대로 중국에서 모두 우리 나라는 기자(箕子)의 남긴 풍속이 있다 하고, 문물과 예악을 중화에 견주어 말하기도 하는데, 이제 따로 언문을 만드는 것은 중국을 버리고 스스로 이적과 같아지려는 것으로서, 이른바 소합향(蘇合香)을 버리고 당랑환(螗螂丸)을 취함이오니, 어찌 문명의 큰 흠절이 아니오리까.
역대의 중국 모두가 우리나라로 인해 기자유풍이 있어서 문물예악이 중화에 이르렀는데, 이제 따로 언문을 행하여 중국을 망쳐서 스스로 이적으로 만드니, 이것은 이른바 소합향을 버리고 당랑환을 취함이라, 어찌 문명의 큰 흠절이 아니오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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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이 기자를 봉하고 있으니, 동국의 통치를 받는 중국이 동국의 영향을 받아, 중국이 기자의 풍습을 지니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역대의 중국 모두가 중화를 이룬 것은 기자의 유풍 때문인 것이다. 상소문에서 알 수 있는 기자의 체계 중에 하나는, 기자의 유풍 중에 하나는 동문동궤(同文同軌)이다.
상소문에서 말하는 바는, 문명을 이루는 방법 중에 하나가 동문동궤이고, 중국의 문물예악이 중화에 이른 것을 문명이라 하고, 기자유풍에 의해 역대 중국이 중화를 이루는 것이다. 즉, 기자유풍에 의해 문명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동국이 따로 언문을 행하여 중국을 망친다는 것은, 중국이 두 가지의 문자를 사용함으로써 동문동궤를 위배하는 것이고, 이는 기자유풍에 의해 이루어진 문명을 어지럽히는 것이다. 따라서, 동문동궤는 기자의 체계에서 기원한 것이다. 사실 여부와는 관계없이, 조선의 선비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하기 때문에, 동국이 기자를 그렇게 숭배하는 것이다. 또, 곤여만국전도에서 명나라의 시각으로 조선을 설명할 때, 제일 먼저 기자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漢唐皆 中國郡邑 令 爲朝貢
이 구절은 기존의 역사지식과 너무나 반하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 역대 중국이 중국의 군읍으로부터 조공을 받는다? 이것이 무슨 말인가? 더구나, 동국이 그렇게 만들어준다? 일단, 자세히 분석하여 번역하면 아래와 같다.
漢唐(한당) 皆(모두가) 中國(중국의) 郡邑(군읍으로) 令(하여금) 爲(하는) 朝貢(조공하게)
[한당 모두가 중국의 군읍으로 하여금 조공하게 하는]
[역대 중국 모두가 중국의 군읍으로부터 조공을 받게끔 해주는]
이 문장은, 중국은 스스로 자신의 군읍으로부터 조공을 받지 못한다는 말이다. 중국이 자신의 군읍으로부터 조공을 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조선의 협조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 구절을 이해하지 못하는 강단학계가, 억지로 우겨서 [한당은 모두 중국이고, 조선의 군읍으로 하여금 조공하게 하는]이라 번역할 수 있는데, 이렇게 번역하면 많은 문제가 생긴다. 이 번역대로 하여, 강단학계가 전체문장을 자신의 입맛대로 번역하면 아래와 같이 될 것이다.
朝鮮 乃 箕子封國, 漢唐 皆 中國, 郡邑 令 爲朝貢 屬國之首
[조선은 곧 기자가 봉해진 나라이다. 한당은 모두 중국이고, 조선의 군읍으로 하여금 조공하게 하는 속국의 우두머리이다.]
첫째, 강단학계의 번역대로 할 것 같으면, 이 문장의 요점은 ‘조선은 역대 중국의 속국이다’가 된다.
저렇게 어려운 설명을 할 필요가 없이, ‘조선은 역대 중국의 속국이다, 조선은 역대로 중국에게 조공하는 속국이다’라고 간단히 설명하면 될 일이다. 굳이 기자가 봉해졌다느니, 한당이 중국이라느니, 조공을 한다느니, 군읍이 한다느니, 속국의 우두머리라니 등의 복잡한 설명을 할 필요가 없다. 속국이면 속국이지, 기자 때부터 되었다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가? 한당이 중국이라는 사실을 꼭 밝혀야 될 이유가 있는가? 속국이 종주국에게 조공하는 것은 당연한데, 조공한다는 것을 강조할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조선이라는 속국이 조공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닌, 군읍이 조공한다고 말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조선이 중국의 속국’이면 중국이 속국의 우두머리가 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데, 굳이 속국의 우두머리라는 것을 밝혀야 할 이유가 있는가?
둘째, 조선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중국에 대한 설명이 돼버린다.
위에서 충분히 설명하였듯이, 중국에 대해 말하고자 하면 ‘중국에 대한 설명’에서 하여야 하는 것이다. 또, ‘조선에 대한 설명’에서 말하였으면 ‘다른 속국에 대한 설명’에서도, 중국이 속국의 우두머리라는 것을 밝혀야 하는 것이다. ‘조선에 대한 설명’에서만 중국이 속국의 우두머리라는 것을 밝힐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셋째, 문맥이 이어지지 않는다.
‘조선은 어떠하다’라고 말하다가, 갑자기 ‘중국이 어떠하다’라고 말하고, 또 갑자기 ‘옛날의 삼한 예맥 등이 어떠하다’라고 말하는 것은, 결코 문맥이 이어지는 것이 아니다. 조선에 대해 말할 것이면 계속 조선에 대해서만 말해야지, 조선에 대해 말하다가 갑자기 중국에 대해서 말하고, 또 다시 조선에 대해 말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넷째, ‘군읍이 조공한다’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강단학계는 설명하지 못한다.
군읍이 조선의 군읍이라 치더라도, 조선이 중국에 조공하는 것이지, 조선의 군읍이 중국에 조공하는 것은 아니다. 조선의 군읍이 조선 조정에게 조공하고, 조선 조정이 다시 중국에게 조공하는 것이 맞는 것이지, 조선의 군읍이 중국에게 조공하는 것은 체계상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 어디에서도 들어본 적이 없는 말이다. 사실, 조선의 군읍이 조선의 조정에게 조공하는 것이고, 일본의 군읍이 일본의 조정에게 조공하는 것이고, 중국의 군읍이 중국의 조정에게 조공하는 것이 맞다. 결국, ‘군읍’은 조선의 군읍이 아니고, 중국의 군읍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중국의 군읍이 중국에게 조공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인데, 그것을 여기에서 언급할 이유가 전혀 없다.
다섯째, ‘한당이 다 중국이다’라는 말을 여기서 언급할 이유가 없다.
한당이 한나라와 당나라를 뜻하면, 중국인 한나라와 당나라가 조선의 군읍으로부터 조공을 받는다는 말이 되는데, 그렇다면 한나라와 당나라만 조선에게서 조공을 받았다는 말이 돼버린다. 또, 한당이 역대중국을 뜻하면, ‘역대중국이 중국이다’라고 말하는 꼴이 돼버린다. 명나라가 중국이라고 말하는 것도 아니고, 역대중국이 중국이라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알려주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더구나, 조선을 설명하는 곳에서 언급할 이유는 더더욱 없는 것이다. 결국, ‘한당 모두가 중국의 군읍으로부터’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게 된다.
결국, 너무나 당연하게도 ‘한당 모두가 중국의 군읍으로부터 조공을 받게끔 해주는’이라 번역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도의 제작자는, 왜 중국군읍이라 하였을까? ‘중국군읍’에서 중국을 빼버리고 그냥 ‘군읍’이라 말하면, 그냥 ‘한당 모두가 군읍으로 하여금~’이라 말하면, 억지를 부리는 지금의 강단학계처럼 ‘군읍’을 ‘조선의 군읍’이라 우기는 바보들이 있을까봐, ‘한당 모두가 조선의 군읍으로 하여금~’이라 해석하는 바보들이 있을까봐, 지도의 제작자가 친절을 베풀어 ‘중국군읍’이라 명문화(明文化)하여, ‘조선의 군읍’이라 해석하는 바보짓을 하지 말라고 가르쳐준 것이다. 즉, 역대 중국이 중국의 군읍으로부터 조공을 받는다는 말이 맞는 것이고, 여기 ‘조선에 대한 설명’에서 그것을 말하는 이유는, 중국이 중국의 군읍으로부터 조공을 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조선의 허락(협조)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곤여만국전도가 말하는 바는, 역대 중국이 중국대륙에게서 조공을 받을 수 있게 만들어주는 나라가, 한반도의 동국이라는 것이다. 필자가 계속 말해 왔었던 것이 바로 이것이다. 동국이 중국에게 조공할 때의 조공물품 모두, 한반도에서 거두어들인 물품이 아니라 중국대륙에서 거두어들인 물품인 것이다. 즉, 중조(中朝)가 중국의 군읍으로부터 직접 조공을 받는 것이 아니라, 동국이 물품을 거두어서 대신 전달해 주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중국대륙의 주인은 동국이고, 동국과 중국의 관계는 부모와 자식이 된다.
세금과 조공의 관계가 어떻게 되는지, 중국의 조세제도가 어떻게 되는지 알지 못하지만, 역대 중국이 중국의 군읍으로부터 조공을 받는다는 것이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 세금은 세금대로 걷고 조공품은 그것대로 따로 걷을 수 있는 것이다. 현대에도 국세와 지방세가 따로 있고, 미국의 경우에도 연방군과 주방위군이 따로 존재하고 연방경찰과 주경찰도 역시 따로 존재한다. 미연방과 마찬가지로, 동방은 동국을 중심으로 하는 연방제의 세계인 것이다.
서울이 올림픽을, 인천이 아시안게임을 개최하였을 때 정부의 지원금을 받았는데, 정부는 전국에서 거두어들인 세금의 일부를 특정 지방정부에 지원한 것이다. 또, 특별한 국가적 행사가 아닌 일상에서도, 지방정부는 항상 정부의 지원을 받는다. 정부는 곧 청와대인데, 청와대가 있는 종로구는 한반도에 해당하고, 서울이나 인천은 중국대륙이 되고 중조가 되는 것이다. 즉, 정부의 지원금은 바로 동국이 중국에게 조공하는 물품인 것이다.
동국과 중국이 함께 중국대륙을 다스린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인을 위해 훈민정음을 만든 것이고, 제왕운기, 용비어천가, 동국정운, 동의보감 등도 중국인과 동방인을 위해 만든 것이다. 또, 삼전도에서 청태종의 즉위식이 열린 것도 그러한 이유이다.
屬國之首
기존의 지식에서는, 속국은 ‘중국의 속국’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동국, 몽고, 여진, 일본, 베트남 등을 가리키는 것이다. 그러나, 동국은 속국의 우두머리로서 중국을 사대할뿐 중국의 속국이 아니다. 중국을 사대하는 것은 부모가 아들을 교육하는 것이다. 여러 고전에 등장하는 본국(本國)이라는 단어는 속국의 우두머리인 종주국(宗主國)을 가리키는 단어이지, 자신의 나라를 스스로 가리키는 단어가 아니다. 동국과 중국의 관계는 종주국과 종속국의 관계가 아니라, 일가(一家)이다.
동국은 부여, 신라, 백제, 고려, 조선 등의 두 글자 이름이고, 중국은 수, 당, 송, 원, 명 등의 한 글자 이름으로 고정되어 있는데, 외국이 중원에 들어와서 중국이 되거나, 외국 스스로 중국이라 자처하는 경우에도 예외가 없다. 몽고가 중국이 되어 원이 되고, 거란이 요가 되고, 여진이 청이 되는 등, 모든 중국은 한 글자의 이름을 갖는다. 즉, 본국이든 속국이든 나라의 이름은 두 글자로 짓는 것이 상례(常例)이고, 중국만이 한 글자의 이름을 갖고 있다. 추측건대, 현대의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특정한 정권을 가리켜 군사정부,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등으로 호칭하는 것과 같다 할 것이다. 따라서, 중국의 이름은 각 중국이 자신의 대의명분이자 천명(天命)을 내세운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중국이 세상(天下)을 어떻게 만들겠다는 각오를 밝힌 것이 중국의 명칭인 것이다.
지금의 우리는, 중국이라는 나라를 나라로 보고 있다. 그런데, 중국처럼 넓은 땅을 가진 나라가 존재한다는 것은 매우 이상한 일이다. 중국처럼 큰 땅을 가진 나라는 중국이 유일하다. 미국이나 캐나다, 호주 등의 넓은 땅을 가진 나라는 다 연방제이고, 러시아는 불모지를 거저 얻은 것이라 넓은 것이다. 이상하게도, 중국은 역대로 계속해서 넓은 대륙을 하나로 유지해왔다. 분열이 되었을 때도 중국대륙 전체를, 결국에는 통일되어야 할 하나로 여겼다. 그리하여 귀퉁이의 만주까지 중국에 편입하였는데,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한반도는 중국에 편입되지 않고 독립해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중국은 나라가 아닌 천하(天下)이다. 1945년 이후로 나라가 된 것이고, 그 이전까지 중국은 세상(世上)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중국대륙이 천하로서 그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동국이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이 미연방으로 계속 존재하는 것은 연방정부가 존재하기 때문인 것처럼, 동방이 하나의 세상으로 계속 존재해왔던 것은 동국이 존재했기 때문인 것이다. 지금은 한국, 중국, 일본이 완전히 남남으로 살고 있지만, 비록 원수처럼 싸웠다 하더라도 1945년 이전에는 하나의 가족이었던 것이다.
古有 三韓 穢貊 渤海 悉眞 駕洛 扶餘 新羅 百濟 耽羅 等國 令 皆 倂入
‘옛날에 있었던 삼한 등의 나라로 하여금 모두가 아울러 들어간다’라는 말이 뜻하는 바는, 삼한 등이 한반도의 안에 있었던 국가였다거나, 삼한 등이 조선의 과거 국가였었다는 말이 아니다. 실제로, 삼한 등의 나라 모두가 한반도의 안에 있었고, 삼한 등의 나라 모두가 민족적으로 조선과 깊게 관련된 나라였다고 하더라도, 이 문장의 뜻은 그것이 아니다. 삼한 등의 나라 모두가, 조선처럼 기자를 봉하고 있고, 각자 자신의 중국에게 조공을 하였고, 각자 속국을 거느린 속국의 우두머리였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삼한 등의 나라가 실제로 어디에 위치해 있었고, 각 나라의 구성 민족이 어떠하였느냐는 별개의 문제가 된다.
곤여만국전도의 시각에서 조선을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가를 살피고, 왜 과거의 나라들을 나열하고 있는가를 고찰하면, 단순히 조선 이전에 존재했었던 ‘같은 민족이 세운 나라들’을 나열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조선에 대해서 말할 것이 그렇게도 없었는가? 조선 자체에 대한 설명은 하나도 없고, 오직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서만 말을 하고, 뜬금없이 과거의 나라들을 나열하고 있다. 즉, 이 지도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오직 조선의 정체성에 대한 것뿐이다. 과거의 나라들을 나열한 이유도, 조선의 정체성과 동일한 정체성을 가진 나라들 모두를, 하나로 통일하여 계승한 나라가 조선임을 밝히기 위한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조선의 조공을 받는 명나라가 한나라와 당나라, 명나라로 이어지는 정통 중국으로서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이고, 명나라 외에는 그 어떤 중국도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천명(闡明)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지도에서도 ‘중국, 명, 명국, 대명, 대명국 등’이라 하지 않고 대명일통(大明一統)이라 한 것이다. 즉, ‘조선에 대한 설명’이 저렇게 설명된 이유는 모두, 대명일통을 주장하기 위해서이다.
따라서, 삼한 등의 나라 모두가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곳에 모여 있지 않았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동국이 마지막으로 자리 잡은 곳이 한반도일뿐, 여러 동국이 각각 어디에 있었는가는 앞으로 연구해야 할 과제이다.
예를 들어, 그 어디에서도 들어본 적이 없는 실진(悉眞)이라는 나라의 悉은 실담(悉曇)과 관련이 있어 보이고, 실담은 산스크리트 문자나 언어를 말한다. 즉, 실진은 천축과 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또, 아유타의 허황옥이 관련한 가락은 가야인데, 가야라는 이름은 천축이었던 현재의 인도에 있는 몇몇 지명과 같다. 현재의 모든 사람들과 이 곤여만국전도에서도, 천축은 지금의 인도에 있었던 것이라 하지만, 천축국의 이동은 아유타나 월지의 이동과 깊은 관련이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또한, 탐라를 현재의 제주도라 하지만, 탐라 역시 동남아시아의 수많은 열도(列島)를 다스리던 동남아시아의 동국으로서, 동남아시아에 있는 어떤 섬나라였을 가능성이 있다. 부여도 현 만주에 자리 잡았던 것이 아니라 북아시아 전체를 아우르던 타타르 즉, 흉노였을 가능성이 있고, 흉노는 신라계의 중국인 한당이 부여계를 지칭하던 이름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이 곤여만국전도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진실은, 동국이 기자를 숭배하였고, 동국이 중국을 중국으로 만들었고, 동국이 동방을 이끌었다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교만하다며 중화주의를 비난하고, 비굴하다며 사대주의를 비난하지만, 중화사상을 만든 것은 동국이며, 동국이 자발적으로 지극한 정성을 들여 사대한 것이다. 중화가 무엇인지 사대가 무엇인지를 모르니, 동국의 역사가 바로 서지 못한다. 세상이 온통 거짓으로 가득 찼는데, 누구의 잘못인가?
48자에 불과한 문장 하나 가지고, 너무 황당한 소리를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마음의 문을 열고 사물을 대하면 진실을 알 수 있다. 양심이 있다면 더 이상 진실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민족주의자들은 민족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달아야 식민사학에서 벗어날 수 있고, 대륙조선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동국의 정체를 알아야 역사를 올바로 세울 수 있다. 왜 중국인을 위해 훈민정음을 만들었는지를, 왜 기자가 숭배되는지를, 삼전도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환단고기가 말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아야, 동국의 역사가 올바로 서고, 인류가 평안을 얻어 번영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