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습니다. 성실히 답변하겠습니다.
예, 이제 님께서 말씀하시는 바를 잘 알겠습니다.
님께서 주장하시는 것에 틀린 점은 없습니다. 단지, 님께서 품으신 의문은, 제가 말하고 있는 ‘동방의 세계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나오는 의문입니다.
먼저, 동국과 중국의 개념에 대해 잘못 알고 계십니다.
중국이라는 단어가 자기중심적인 사고방식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내가 잘났으니, 내가 내 스스로를 중국이라 칭하겠다’는 태도에 의해 만들어진 단어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중국은 보통명사가 아니라 고유명사입니다. 아무나 자기 마음대로 스스로를 중국이라 이름붙이는 것이 아니라, 천하의 중심이 되는 지역(국가)을 차지한 나라가 중국이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여진족이 여진을 중국이라 칭하려면, 중원 땅을 차지하고 동국의 허락을 받아야만 중국이 되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서, 동방의 그 어느 민족, 그 어느 국가도 중국이라 자칭한 적이 없고 중국이라 불린 적도 없습니다. 아, 중국이 되기 위해 난을 일으키는 과정에서는, 스스로 중국이라 참칭하는 경우가 있을 수는 있겠습니다.
동국이라는 단어는, 중국에서 봤을 때 신성한 나라인데 함부로 부를 수 없기도 하고, 동東이라는 단어가 갖는 의미가 신성하여서 그럴 수도 있고, 중국의 동쪽에 있는 특별한 나라이기 때문에 동국이라 부르는 것입니다. 따라서, 동국 사람이 스스로를 말할 때는 보통 ‘아국’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만, 듣는 사람이 천하(중국, 외국) 사람일 경우, 자신이 본국(동국) 사람이라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 동국이라 자칭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남한 사람들끼리 ‘남한과 북한’에 대해 얘기하거나, 남한 사람이 북한사람을 만나거나, 한반도가 남북한으로 나뉘어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는 타국인을 만나, 스스로를 칭할 때는 당연히 ‘우리 남한은 북한과 달리... 우리 남한을 북한과 구별하지 못하는 외국인이...’ 등등의 말을 합니다.
또, 우리(남한)가 스스로를 ‘한국이.. 한국 사람은...’이라고 말할 때는, 남한과 북한의 분단 상황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한민족, 한반도 등’의 개념으로 사용합니다(경우에 따라서는, 대한민국(남한)의 약칭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즉, 남한을 기본으로 하여 북한, 조선족, 고려인, 재일, 재미 교포 등을 포함한 광범위한 개념으로써, 한국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때 중요한 점은, 남한 사람이 ‘한국’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때에는 남한을 중심으로 하여 범한민족을 지칭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님의 논리로는 ‘우리 남한’이라 말한 사람이 잘못된 언어습관을 가지고 있는 것이며, 상황과는 관계없이 무조건 스스로를 ‘한국’이라 칭하거나, ‘중한中韓’ 또는 ‘중국中國’이라 칭해야 한다는 말이 됩니다. 이것이 맞는 말입니까?
두 번째는, 동방의 세계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합니다.
동방이라는 것은 동아시아를 가리키는 단어로서, 천하天下입니다. ‘동방의 세계관’이라는 것은 곧 천하관天下觀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천하가 어떤 구조로 되어 있는가’를 가리킵니다.
가장 기본이 되는 천하관의 구조는, 하늘(天)과 땅(天下)입니다.
땅은 중국이 통치하는 구주九州와 그 바깥으로 되어 있습니다. 중국이 구주를 직접 통치하기에, 중원만을 중국이라 말하기도 하지만 구주(중국대륙, 구주지내)를 중국이라 말하기도 합니다. 구주지외는 외국이라 말하는데 몽골, 일본, 여진 등을 말합니다. 이들 외국을 비문명이라 하여, ‘이적’이라 얕잡아 부르기도 합니다.
하늘에는 천국天國이 있는데, 이 천국을 물리적으로 구현한 것이 동국이고 천제天帝입니다. 천국을 물리적이고 정치적으로 구현하지 않으면, 중국의 천자天子는 그 권위를 얻을 수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동방은 ‘동국+중국+외국’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러나, 동국은 별지로서 땅이 아닙니다. 땅은 중국과 외국 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조선은 하늘의 이름입니다. 즉, 동국의 이름이 조선입니다. 하늘(天)의 이름이 조선이면 하늘아래(天下)는 무엇으로 불려야 하겠습니까? 보통은 천하, 세상이라 말하기도 하지만, 하늘의 이름이 조선이니 하늘아래도 조선이라 불리는 것이 당연합니다. 즉, 조선이라는 이름이 한반도만을 가리키는 단어가 아니라, 동방을 가리키는 단어도 된다는 것입니다. 조선이 중국에 있었다가 아니라, 중국이 조선입니다. 중국이 조선에 포함됩니다.
따라서, 동국(한반도)이 조선이면서 중국(중국대륙, 천하)도 조선이 되는 것입니다. 지금, 님을 포함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리 한국과 중국, 일본 등을 남남으로 여기고 있고, 이것이 당연한 상식이므로 님처럼 의문을 표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세종 당시에는 ‘동방 사람’만 있었습니다. 동국인도 스스로를 동방인이라 여겼고, 중국인도 스스로를 동방인이라 여겼고, 일본인도 스스로를 동방인이라 여겼습니다. 동국인은 스스로를 동방인이라 여기지만, 중국인이나 일본인과 구별하기 위해 스스로를 ‘동국’이라 칭하였고, 중국인이나 일본인도 동국인이 자신들과 다르므로 ‘동국’이라 칭한 것입니다.
한반도의 사람들이 스스로를 동국이라 칭한 것은 왜곡된 말투가 아닙니다. 그리고, 동국이 조선이고 중국도 조선이기 때문에, 조선왕조실록에는 거의 대부분 동방의 일로 채워져 있고, 동방의 일이 자기 자신의 일로 기록되어져 있는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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