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주로 활동하는 사이트인 '우리역사의 비밀'의 '네티즌 자유게시판'에 '저격수'님께서 올리신 글을 따로이 허락 받지 않고 퍼왔습니다. 저격수님께서 이해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만약, 문제가 된다면 삭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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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무님의 문제의식을 이해하고 지지합니다.
요 며칠 시간이 되어 평소 미루어 두었던 김성겸님의 고구리사략 번역본을 탐독하고 머릿속에서 쓰나미가 일어난다 할 정도로, 엄청난 당혹감을
느꼈습니다. 동시대 서양의 야만적 역사들도 익히 알고 있었고, 우리의 경우에도 형사취수의 경우처럼 지금의 윤리와는 상당히 달랐었다는 사실도 대략
파악하고 있었지만, 솔직히 이 정도까지 적나라할 줄은 몰랐습니다. 정확히 말해서, 노골적인 내용 그 자체보다는, 야만의 대명사였던 양놈들도,
지나족도, 기타 방계 흉노계통도 아니고, 우리 직계 조상들이 그러했다는 점, 그것도 훨씬 더 심하게 그랬다는 점에 대해 충격을 받았고 일종의
배신감까지 들더구만요. 조상님들께는 외람되지만 이건 뭐 솔직히 동물농장도 아니고....^^
그리고, 그 내용들에 관해서도,
동성애, 롤리타, 대변 페티쉬, 그룹섹스, 스와핑등은 그저 가벼운 애퍼타이저 정도로 여기게 될 정도로 자매, 장모, 이모, 고모, 숙모, 딸뿐만
아니라 맙소사 친모, 친조모등과의 적나라한 근친상간등까지 현재의 그 어떤 하드코어 뽈노보다 몇백배나 더한 강도의 야설같은 고구리사를 보고서, 그
때 당시 논리로는 그럴 수도 있었다라는 단순한 상대주의적 사고로 가비얍게 넘어간다면, 조금 무책임하고 사고의 깊이가 얇거나 아니면 그 자유분방한
서양애들보다 훨씬 더 '리버럴한' 사람일거라고 봅니다.
문제의식과 고민을 어느 수준에로까지 확장하느냐에 따라 라무님과 다른 님들의
차이가 결정된다고 생각합니다.
뽈노를 어린 애들과 청소년들에게 그대로 방영하는 경우란 전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습니다. 특히,
소아성애를 부추기는 아동뽈노는 전세계적인 차원에서 제작자, 향수자를 가릴 것 없이 강력히 처벌하는 중범죄입니다. 즉, 시대와 장소를 초월하여
당위로서 존재하는 기본적인 절대적 윤리나 도덕, 금기는 존재하고, 또 필요하며 따라서 이런 심각한 역사를 공개적으로 만천하에 거리낌없이 유포하는
것은 신중하게 생각해 보아야 하는 문제라는 것이 라무님의 사려깊은 염려인 듯하고, 저도 또한 기본적으로 이에 동의합니다.
첫째,
단순하고 왕성한 청소년들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보통 성인들도 이렇게 "쎈" 난교와 음란의 실사를 자꾸 접하다 보면, "옛날에는 이랬는 데, 왜
그것이 잘못된 행동이고, 시대가 흐르며 절대금기로 정착했겠는가?"라고 먼저 꼬치꼬치 따져보기 보다는 "옛날에도 이랬는 데, 지금이라고
대수냐?"라는 단순무식한 사고와 행동에 대부분 경도되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심지어는 아주 뻔뻔한 근친상간 범죄자들이 이를 악용하여, "조상의
얼을 오늘에 되살려' 딸에게 '승은'을 입힌 것이라 뇌까릴 뿐만 아니라, 오히려 시대를 앞서가는 '섹스 혁명가'(?)로 강변하기까지 하며
자신의 망동을 천연덕스럽게 합리화하는 경우가 많아 질 것입니다. 지금도, 소수의 반사회적인 사교 광신집단애들이 이런 말 아주 단골 레파토리로
하지요 아마?ㅋㅋ
이렇게 일차원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기 전에, 그 당시와 지금의 차이, 시대를 초월하여 지켜야 할 윤리, 그런
사실들을 둘러싸고 있는 역사적, 사회구조적, 권력적 맥락등에 대해 먼저 신중히 생각해 볼 능력이나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는 자는 매우 드물다는
말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무조건 냅다 저지르고 보자는, 이성보다는 감성이 앞서는 이 시대에 작위적으로 꾸며낸 뽈노도 아니고, 우리가
자랑스러워 하는 조상님들이 직접 연출, 출현하여 만든 생생한 실제 역사라니요...ㅋㅋ 이거 단순한 문제 아닙니다.
둘째, 고구리사를
기록한 그 당시 사가들도, 지금의 눈으로도 감당할 수 없는 황음의 패륜은 부끄러이 여겨 될 수 있으면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걸 꺼려했고, 또한
탐욕에 이끌려 일탈의 폭주 기관차를 타고 끝없이 '달리고 있는' 실제 역사의 행위자들도 그것에 대해 변명을 하고 합리화를 하려 궁색하게 애쓰고
있다는 점이 행간에 수없이 묻어나기 때문입니다. 인간사,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의 본질상, 그리고 그 인간들에 의해 구성, 운영되는 사회의
본질상, 공통된 문제의식과 당위가 존재할 수 밖에 없습니다. 바꿔 말하면, 아무리 시대가 다르고 장소가 달라도, 그 모든 걸 관통하는 일관된
기본 법칙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종, 민족에 따라 문화가 상이하다고 하면서도 인간이라면 누구나 똑같다, 인간사회는 어디든
똑같다라고 얼핏 보면 모순되게 말을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어느 양놈 학자처럼, 많은 이들이 위와같은 맥락에서 꾸며 낸 소설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아 물론, 저는 생생한 실사로 보지만요). 또한 강력한 유교주의자들인 김부식이나 조선조 초기 임금들이
역사왜곡과 사서소각을 자행한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는 새로운 시각에 눈을 돌리게도 됩니다.
고구리사략에 나온 왕가의 행태들을 그
당대에도 결코 일반화될 수 없는 특수한 현상으로 신중하게 다뤄야 하는 이유로서 무엇보다도 결정적이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바로 "권력은 그
어떤 윤리나 법으로부터 자유롭다"는 인정하기 싫지만, 인정해야 하는 생생한 인간현실의 단면입니다. 쉽게 말해서, 요즘의 웃기는 정치상황이나 과거
무소불위 철권군사독재자들이 낮에는 국민들 앞에서 엄숙한 도덕선생질을 하고, 밤에는 여고생,유부녀등을 닥치는 대로 드시는 주지육림의 세월을 보낸
역사를 상기해보면 된다는 것이죠.
이런 식으로, 강력한 국가권력이 암암리에는 개개인을 으르고, 협박하고, 달래어 더러운 개인적
욕구를 무한대로 충족, 관철시켜 나가는 반면에 공개적으로는, 피지배 다수 공동체 구성원들을 용이하게 지배, 통제하기 위해 구역질나게
자기모순적으로 필요 이상의 도덕과 윤리를 강요할 수 밖에 없음은 동서고금의 역사에서 흔히 발견되는 일반적인 진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고구리사략에서도 창조리같은 현신들은 백성들에게 어찌 보일까 노심초사하며 태왕들의 막가는 행태에 제동을 걸고, 또 이에 왕들도 기본적으로
동의를 하며 자제하는 척(?)이라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왕에게 직간할 정도의 강단과 짬밥을 갖추지 못한 일반 신하들도 부황의 후비나
친모, 딸을 취하는 개족보 뺨치는 행태에 대해, 속으로는 손가락질을 하고 있는 장면이 많이 나오고 있지요.
유명한 풍속사가인
에두아르트 푹스의 책에 잘 나오다시피, 무지막지한 기독교 윤리가 강요되었던 중세 서양에서도, 막강한 권력자들이기도 했던 교황과 성직자, 수녀들의
어지러운 난교행위와 현실 정치 권력자들의 추악한 이중적 도덕행태로 점철된 '밤생활'이 만연되어 있었습니다.
쓰다 보니 글이 길어
졌는데, 요는 그냥 단순하게 그 때는 다 그랬었다는 식으로 무책임하게, 위험하게, 틀리게 생각하지 말고 총체적인 역사적 진실을 파악하기 위해
보다 거시적이고 비교사적인 접근이 필요하고, 이 역사적 사실들의 사회적 파장도 깊이 고루 고려하여 고구리사략류의 번역본에 대한 접근과 유포를
조심성 있게 제한하자는 라무님의 기본 속뜻에 지지를 표합니다. 물론, 라무님의 심사가 조금 다정하시어, 약간은 오바하는 면도 있긴 합니다만,
아무튼 당연하고 충분히 일리있는 견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김성겸님과 좌계선생님, 정성일님등의 대단한 노고에 정말로
감사를 드립니다. 님들의 귀한 수고로 인해, 위와 같은 '끈적끈적한' 실사들에 대해서 알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고구리, 백제, 신라, 말갈,
선비, 흉노등의 종족구성과 문화, 강역등에 대한 기존 인식의 근본적 재검토를 해보는 소중한 기회를 갖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종합적으로 작용을
하여, 우리 역사와 인물들 전반에 대해, 그리고 민족의 관념에 대해 다시금 다른 차원에서 바라보게 한다고나 할까요? 이점이 제게는 고구리사략등을
접하며 얻은 최대의 성과이며 신선한 충격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조만간 우리역사에 있어서 '패러다임의 혁명'을 겪을 수도 있겠습니다. 차후에 이런
것들에 대한 제 생각을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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